
미국에서는 최근 젊고 아름다운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바이오 기술회사 ‘테라노스’가 화제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새 시대를 이끌 ‘유니콘(잠재력이 매우 큰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혔다. 언론의 보도도 쏟아졌다. 무엇보다도 CEO 사진이 화보였다.
1984년생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31)는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회사를 차렸다. 대학 재학 중 싱가포르 게놈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혈액 검사를 하기 위해 다량의 혈액을 뽑아내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의문을 가졌고, 종전의 1000분의 1 수준 혈액만 뽑아내 30여가지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1960년대 이후 정체 상태였던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뉴저지주 뉴어크에 있는 연구실을 방문해서 칭찬을 했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까지가 그간의 스토리다. 문제는, 그래서 개발했다는 그 제품이 진짜로 홍보한 만큼의 성능을 갖추었느냐다. 지난 10월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테라노스가 그간 써 왔던 작은 채혈용기 ‘나노테이너’가 ‘불명확한 의료기기’라고 판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회사의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한지 약 2주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기사에서 테라노스 전 직원, 의사, 간호사 등과 인터뷰해서 테라노스가 홍보한 240여가지 혈액검사 항목 중 15개 항목만 테라노스의 기술인 ‘에디슨’을 통해 검사된다고 보도했다. 나머지는 원래 하던 대로 지멘스 등의 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에디슨의 결과물의 정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FDA 허가 없이 기술이 시장에 공개된 것도 문제로 꼽혔다.
테스트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테라노스의 기기 대신 다른 장비로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를 적으라고 지시하기도 하고, 혈액을 너무 적게 뽑아 희석해 쓰다가 수치가 왜곡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어 전직 직원들이 회사를 고발하면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21일 후속 보도했다.
물론 홈스는 아직 젊으니 사법적인 책임을 지지만 않는다면 또 다른 시도를 해 볼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기업인에게 관대하지만, 기업가의 부정에는 엄격하다. 테라노스와 홈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끝)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