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년 전에 비해도 이는 천지개벽과 같은 일입니다. 이 회사는 1999년 외환위기 당시 현대반도체와 LG반도체가 합쳐서 설립됐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2001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야했습니다.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으로 임원직 임금 동결과 순환 무급휴직제 실시, 디스플레이사업부 분할 및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실시됐죠. 2004년엔 인력 구조조정으로 1만3000명 직원 중 2000여명을 눈물을 흘리며 떠나보내야했습니다. 주식도 폭락해 2003년 3월엔 주식 한 주가 단돈 136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2005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들쑥날쑥한 업황 때문에 고생은 이어졌습니다. 2007년 좋아지나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매출 감소를 겪습니다. 2010년 매출이 전년보다 53% 급증한 12조원을 올려 처음으로 분기 1조 영업이익을 내는 기염을 토했지만 2011~2012년엔 매출 10조원에 겨우 턱걸이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전이 본격화된 건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부터입니다. 2012년 초 일본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메모리업계가 3~4개사만 남게 된 겁니다. 30년 치킨게임이 막을 내린 것이죠. 여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메모리 수요도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는 2014년 1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1조원대의 영업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은 19조원으로 2010년(10조원)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덕분에 11년 전인 2004년 40억달러 수출탑을 탔던 이 회사는 지난해 100억 달러 수출탑을, 올해는 지난 7일 150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습니다. 또 작년부터 올 6월까지 약 1500명을 새로 고용했습니다. 지난 6월 말 현재 임직원은 2만2131명으로 11년 전인 2004년(1만1023명)의 두 배에 달합니다. (끝) /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