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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셋을 둔 아버지가 CEO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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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과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국내 최장수 은행장 출신 하 회장과 한국은행 출신 김 사장.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딸 셋을 둔 아버지라는 겁니다. 유난히 딸에 대한 애정이 깊어 속칭 ‘딸 바보’라고 불린답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은행연합회와 주금공은 여성 직원을 배려하고 여성 인력 양성에 힘 쓰는 곳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 회장은 35년간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을 14년간 이끌기도 했고요. 글로벌 씨티그룹의 문화를 그대로 흡수해서인지, 국내 은행들 중에서 씨티은행은 여성 인력의 역량을 펼치는 데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여성위원회를 따로 두고 여성 인력들이 역량을 펼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살필 정도니까요. 만 6세 미만의 자녀를 둔 직원은 자녀 양육을 위해 2년 이내로 휴직할 수 있는 육아 휴직 제도도 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씨티은행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전체 임직원의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과 달리 여성 부행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요. 은행연합회로 자리를 옮겨서도 여성 직원을 다양하게 양성하고 활용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답니다.

최근 부서간 업무를 재조정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실시한 부서장 인사에서도 김혜경 자금시장부장, 이경희 홍보실장을 새롭게 임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주금공은 어떨까요. 주금공은 정부가 지난해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일자리 증진을 목표로 도입한 시간선택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공공기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간선택제는 말 그대로 근무 시간을 선택해 반절만 일하는 것으로 육아 등으로 온 종일 근무하는 것이 어려운 여성 직원을 위한 제도입니다.

주금공은 시간선택제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고 있습니다. 물론 월급은 전일제로 일할 때 보다 적지요. 하지만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도입할 때는 ‘대강 시간만 때우다 들어가려는 직원들이 있어서 인사 관리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내부 우려도 있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오히려 시간선택제 직원들의 업무 성과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주금공은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젊은 직원들의 업무 습득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무 능력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업무 내용 숙지와 자기계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네요.

외부 환경에 따른 압박이 생겨야 젊은 직원들의 업무 적응이 더 빠를 것이라는 김 사장의 판단 때문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젊은 직원이라고 소비자들이 무엇을 물었을 때 ‘잠시만요’하면서 선임자를 찾는 것이 그리 올바른 모습은 아니라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고 꾸짖거나 구박을 할 수 없으니 반대로 김 사장은 성적 우수자를 칭찬해주기로 했습니다. 경쟁심을 북돋우고, 공부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지요. 그래서 부산 지역 인근 성적 우수자, 수도권 지역 우수자, 그 외 지역 우수자로 세 그룹으로 나눠 식사 초대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체의 절반 이상이 시간선택제로 근무하고 있는 여성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김 사장은 “과거 금융회사 경력이 있는 경력 단절 여성 직원인 영향도 있지만 새삼 놀라웠다”고 말하더라고요.

딸 셋을 둔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하 회장과 김 사장 모두 여성 인력 양성과 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만은 확실한 공통점인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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