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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에 세브란스병원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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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중소기업부 기자) 지난 20일 오전 8시 알렉산더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습니다. 갈루슈카 장관은 전날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회의에 참석한 뒤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으로 이동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한국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자유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관련법이 통과했습니다. 러시아는 앞으로 70년 동안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을 공항지대 산업지대 과학진흥지대 관광지대 등으로 나눠 개발할 예정입니다. 입주기업에는 회계규정을 간소화하고 통관 관세를 매기지 않는 등 우대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한국이나 싱가포르의 병원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극동지역은 수도인 모스크바와 달리 의료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극동지역 사람들은 비행기로 9시간 넘게 걸리는 모스크바 대신 2시간 거리에 있는 한국 병원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해주 지역에서 진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사람이 7000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러시아 연방정부는 자유항에 한국병원을 유치하면 자국민들의 해외병원 방문비용이 줄고 러시아 의사들의 의술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갈루슈카 장관은 한국을 함께 찾은 자문관, 투자 담당부 국장 등과 함께 4시간 동안 위 내시경 검사 등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검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의료서비스가 좋았다”며 “러시아 내에서 한국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높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한국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슈카 장관은 검진 후 한국 의료기관 관계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보건복지부와 회의도 진행했습니다. 회의를 통해 한국 병원이 러시아에 진출한 뒤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 현지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 문제 등 구체적 지원방안도 논의했습니다. 두 나라 정부가 실무적 얘기들을 주고받기 시작한 셈입니다. 한국의 대형병원이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세워지는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끝)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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