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실력을 갈고닦은 박 씨는 회사 엠티에서 요리 실력을 뽐내보기로 했다. 완성된 파스타의 냄새와 모양새는 그럴싸했다. 동료들의 환호에 둘러싸이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요리를 내놓았지만, 반응은 정반대였다. 한 입 먹어본 동료 A 씨는 그대로 면을 뱉어버렸다. 꾹 참고 힘겹게 면을 삼킨 동료 B 씨는 “마치 고무줄을 씹는 느낌”이라고 맛을 평가했다.
동료들의 적나라한 평가에 상심한 박 씨는 “씹는 맛을 내기 위해 면을 덜 삶은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라며 자신의 실수를 되짚어 봤다. 명예 회복을 하고 싶은 박 씨는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다시 요리를 선보였다. 종목은 저번과 같은 까르보나라.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결심한 박 씨는 면을 충분히 삶았다. 삶고, 삶고 또 삶았다. 이번 요리는 모양부터 수상했다. 파스타인지 너*리 라면인지 알 수 없는 모양새였다. 통통한 면은 소스를 모두 흡수해 파스타가 건조해 보이기까지 했다.
맛은 역시 실망 그 자체. 퉁퉁 불은 면은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툭툭 끊어졌다. 까르보나라는 박 씨를 ‘요섹남’으로 만들어주기는커녕 ‘까르르’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박 씨의 파스타가 실패한 원인은 면을 ‘알 덴테(Al dente)’로 삶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는 쉐프 페드리코 알레산드리(39) 씨는 “알 덴테는 면이 씹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삶는 것”이라며 “파스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알 덴테’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겉은 부드러우면서도 면을 씹었을 때 심이 씹히는 느낌이 드는 상태가 바로 알 덴테이다.
알 덴테로 삶는 것이 중요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식감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요리에서 맛과 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식감이다. 입안에서 이와 혀의 느낌은 음식을 맛을 살리기도 하고 반감시키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알 덴테로 조리하면 소스와 버무릴 때 면이 너무 익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소스를 따로 만들어 면에 뿌릴 수도 있지만, 면에 소스를 볶아내는 것이 맛의 조화를 위해서는 더 좋은 방법이다. 이때 면이 이미 충분히 익은 상태에서 섞다 보면 불어버릴 수도 있다.
알 덴테로 요리한다고 해서 박 씨가 했던 첫 번째 실수처럼 면을 덜 익히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다 익었지만, 아직 단단한 식감이 남아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면을 잘라보면 된다. 면이 익었는지를 알아보려고 면을 벽에 던지기도 하지만 이는 알 덴테상태를 알기 위한 알맞은 방법은 아니다. 자른 면의 가운데에 흰 심이 없어진 직후의 상태가 바로 알 덴테이다.
면을 잘라봐도 잘 모르겠을 때엔 이런 방법이 있다. 알레산드리 씨는 “레시피에 나와 있는 시간보다 조금 적게 타이머를 맞춰 놓고 면을 삶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레시피에는 시간을 충분히 적어 놓기 때문에 그보다 조금 적게 삶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팁을 줬다. (끝) /su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