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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망치는 3가지 실수"...이탈리아 현지 쉐프의 요리 비법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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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박해리 편집부 기자) 보글보글 끓는 물에 올리브유 한두 방울 넣고, 기다란 파스타 면을 넣고 삶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면을 살짝 잘라 벽에 던져도 본다.

‘짝’ 하고 들러붙으면 불을 끈다. ‘콸콸’ 차가운 물을 틀고 삶은 면을 물에 씻는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적당히 달군 후에 마늘을 볶는다. 치지직.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늘은 이미 타고 있다. 급히 소스를 넣고 씻어 놓은 면도 함께 볶아 파스타를 완성한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상식들로 파스타 요리를 했으나 결과물은 10점 만점에 5~6점. ‘소스가 문제일 거야, 면이 싸구려인가 봐.’ 애꿎은 재료 탓을 해본다. 혹은 ‘역시 음식은 사 먹는 게 최고야’라며 그동안 들인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버린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저 그런 파스타 요리에 지친 기자는 이탈리아 현지 쿠킹클래스에 가봤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강생을 대상으로 매일 강좌를 여는 쉐프 페드리코 알레산드리(39)씨는 위의 요리 과정에 적어도 3가지 잘못된 점이 있다고 꼬집는다.

▶파스타 삶는 물에 올리브유를 넣어라?

“우선 파스타를 삶는 물에 올리브유를 넣는 건 잘못된 방법입니다. 면의 표면에 오일이 묻어 탱글탱글해 보일 수 있지만, 대신 소스가 면에 잘 묻지 않아 어우러진 맛을 내기 어렵습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모니’ 다. 재료와 재료 간의 조화, 면과 소스와의 조화, 음식과 와인과의 조화 등 ‘어우러짐’은 요리의 핵심이다. 올리브유 몇 방울을 넣는 것은 요리하는 모습을 멋있게 보일 수는 있어도 이 조화를 깨는 행위였다.

▶뜨거운 면을 찬물에 씻어야 한다?

알레산드리 씨가 “끓는 물에 삶은 면을 찬물에 씻는 것은 좋은 방법일까?”라고 수강생들에게 묻자 미국에서 온 주부 엘리슨 씨는 “냉파스타나 파스타 샐러드를 만들 경우에는 씻어 요리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알레산드리씨는 “차가운 파스타를 만들더라도 절대 물에 씻어선 안된다”라며 답변을 바로 잡았다.

이유는 끓는 물에 오일을 넣지 않는 것과 같다. 면을 삶을 때 표면에 전분이 남아있는데 이는 소스가 잘 묻도록 접착제 작용을 한다. 면이 불지 않고 찰기를 내기 위해 물에 씻어버리면 이 가루도 씻겨 내려가 버린다.

▶마늘을 안 태우려면

마지막 문제는 마늘이다. 왜 마늘은 볶을 때마다 탈까? 아무리 신경 써서 태우지 않으려 해도 잠시 한눈파는 순간 마늘은 타고 있다. 알레산드리 씨는 “팬에 오일을 먼저 두르고 마늘을 넣은 후에 불을 켜야 한다. 오일은 절대 먼저 데우면 안 된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각국에서 온 수강생들은 이 단순한 해결책에 무릎을 탁 쳤다. 인간은 실수로부터 배운다지만 마늘을 볶는 데에서는 아닌가 보다. 그저 ‘다음엔 좀 더 신경 써서 태우지 말아야지’라며 각오만 다질 뿐 불을 켜기 전 팬에 마늘을 먼저 넣을 생각을 쉽사리 하지 못한다.

알레산드리 씨는 이러한 실수의 전승 과정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해온 방식이고 이웃들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고 계속 반복할 뿐이다. 마늘을 태워버리면 마늘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씨를 제거한 노력이 소용없게 된다. 작은 변화로 음식의 맛은 확 달라진다. 요리 하다 실수가 반복된다면 아예 방식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세 가지 방법만 바꿔서 요리한 파스타의 맛은 한결 나아졌다. 점수는 10점 만점의 8점. 나머지 2점은 면을 삶는 법을 터득해야 채울 수 있었다. 알맞게 면 삶는 방법은 下편에서 계속. (끝) /su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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