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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와 사랑했던 日 의사...'이우치 컬렉션' 300점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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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2층 기증관에는 ‘이우치 이사오 기증실’이 있습니다. 일본인 의사 이우치 이사오 선생(1911~1992)은 자신이 평생 수집한 한반도 와전(瓦塼·기와와 벽돌)을 국내에 기증한 사람입니다. 그의 소장품은 와전 연구자들에게 ‘이우치 컬렉션’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일본으로 넘어간 각종 와전을 매입해 1964년에 ‘이우치고문화연구실’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수집품 중 가치가 뛰어난 와전 2229점의 사진을 찍어 ‘조선와전도보’를 만들었지요. 이 책은 국내 박물관과 와전 연구자들에게 좋은 연구 자료가 됐습니다. 1987년에는 한·일 친선을 위해 이 책에 실린 주요 와전의 절반가량인 108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이우치 선생이 기증을 결심하게 된 까닭은 한일 간의 친선을 도모하고 한국의 것은 한국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학문적인 양심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의 반대도 적지 않았지만 확고한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2005년에는 유창종 변호사, 금기숙 홍익대 미술대 교수 부부가 이우치 이사오의 아들인 이우치 기요시로부터 유물 1296점을 인수해 서울 부암동에 유금와당박물관을 짓게 됩니다. 200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일했던 유창종 변호사는 그때까지 수집한 1873점의 와당과 전돌을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죠. 그는 2003년 일본의 고서점에서 이우치 컬렉션의 나머지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우치 기요시 씨를 설득해 그 나머지를 한국으로 들여왔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유금와당박물관입니다.

최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발간한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은 이우치 선생이 와전을 모았던 과정과 현황, 귀환 여정이 담긴 책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유금와당박물관의 이우치 컬렉션 중 300점을 엄선해 시대별 특성과 학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아직 역사적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국외로 유출된 문화재 환수를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첨예합니다. 하지만 이우치 선생처럼 선의를 가지고 문화재를 돌려준 일본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더욱 뜻깊은 사례로 다가옵니다.

오는 10일부터 내년 7월 16일까지 유금와당박물관에선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 전시가 열립니다. 와전에 관심이 있거나 한일 문화 교류의 좋은 사례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 (끝)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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