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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지질연 잠수함 대응 연구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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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박근태 IT과학부 기자)남북한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 8월 22~23일 북한의 서해와 동해안 잠수함기지에 있던 북 잠수함정이 대규모로 이탈해 자취를 감췄습니다. 군 소식통은 “70% 수준의 잠수함정이 기지를 떠났다는 것은 한국 전쟁 이후 처음”이라며 북의 움직임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구형 로미오급 잠수함(1800t급) 20여척을 비롯해 상어급 소형 잠수함(370t급) 40여척, 연어급 잠수정(120t급) 10여척 등 총 70여척의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20~30년전 건조된 구형이지만 잠수함은 일단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좀처럼 탐지하기 어려습니다. 서쪽으로는 중국 동해안에 맞닿아있고 동쪽으론 일본 열도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그많은 북한 잠수함정은 어디로 사라졌던 걸까요.

이런 가운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는 3일 이런 북한 잠수함의 위협을 사전에 탐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요 해역 수중 감시 및 방어 기술개발을 위해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두 연구기관은 이번 협약 체결을 계기로, 수중 감시와 방어에 필수적인 환경조사 및 해저 지질·지음향 관련 공동 연구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반도 주변 바다 속 지도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실시간 관측 자료를 수집하기로 한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한반도 주변 바다가 예상 외로 천혜의 잠수함 은신처라고 말합니다. 수심이 깊은 동해는 남한과 북한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 잠수함들이 활동하는 주 무대입니다. 동해는 잠수함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수심이 깊고(평균수심 1684m) 복잡한 해양현상으로 인해 잠수함을 탐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바다이기 때문입니다. 해안에서 10㎞만 떨어져도 수심 1800~2000m인 깊은 바다로 이어집니다.

바닷속은 수심 수십m만 돼도 앞이보이지 않기 때문에 잠수함을 식별하려면 음파를 이용한 소나를 이용해야 합니다. 음파가 되돌아오는 시간은 물의 밀도 차이에 따라 다른데 찬물은 밀도가 높아 음파가 되돌아오는 시간이 더뎌지고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더운 물은 반대의 결과를 나타냅니다. 이 음파는 계속해서 굴절하며 전파되는데 수온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다보니 바다위에 떠있는 함정에서 아무리 음파를 발생시켜도 도달할 수 없는 ‘암영대’가 나타납니다. 이런 변화는 수온과 염분 농도에 따라 수시로 나타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북한 잠수함의 시간대별 이용 궤적을 받아 추적해도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해는 특히 북쪽에서 한류가 내려와 남쪽에서 밀려들어오는 난류와 만나는 지점입니다. 수심 200m를 지나면 수온이 1도로 매우 차갑고, 해저 지형의 변화가 심해 음파를 크게 굴절시키다보니 잠수함을 탐지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2004년에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서 천혜의 잠수함 길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한·일 공동연구팀과 미 해군은 1999년부터 동해상의 해류를 정밀 분석한 결과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있는 울릉분지에서 수온이 낮은 소용돌이가 발생해 남서쪽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 것입니다. 연구진은 동해 일대에 해저에 고정돼 수면으로 음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역반사 음향기’ 수 십대를 설치해 해류의 흐름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2년간의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했더니 울릉분지에서 지름 60㎞의 소용돌이가 발생해 쓰시마섬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독도의 찬 소용돌이(Dok Cold Eddy)’로 불리는 이 소용돌이는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소멸하는 소용돌이와는 달리 지속적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면서 한류에서 차가운 물 덩어리가 난류 속으로 끊어져 나오는 현상인데 회전 속도는 0.5~1노트 정도여서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미 해군이 동해상의 소용돌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은 대 잠수함전에 응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수함이 소용돌이를 통과할 경우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음향정보가 소용돌이에 의해 산란되면서 정확한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습니다. 동해의 소용돌이는 잠수함에는 천혜의 이동 통로인 셈입니다. 북한 동해안의 잠수함기지들엔 북 잠수함 전력의 70~80%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미해군 연구소도 동해의 이런 가치를 높이 평가해 1990년대 800만달러를 들여 연구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해 역시 제한적이지만 잠수함이 숨기엔 적격의 지역입니다. 서해는 조석 현상이 심해 수심변화가 크고 해안선과 해저 지형이 복잡합니다. 서해 수심인 200m 이내여서 잠수함이 돌아다니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숨어 있을 곳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해군과 국립해양조사원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160억원을 투자해 해저 지형도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은 서북도서 인근 해저지형도를 확보하지 못해 암초 충돌설이 나돌았고, 북한 잠수함 침입 경로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두 기관의 이번 협약도 한반도 바다 속 지형을 좀더 정확하게 파악해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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