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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채권왕' 군드라흐의 시장 공포를 이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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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이심기 특파원) “제가 비관주의자라며 더블라인의 수익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겁니다.”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응했다. 시장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반박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다. 그는 “지금의 허약한 미국경제로는 금리인상을 감당할 수 없으며,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관련 인터뷰 기사 링크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02896591&intype=1

군드라흐는 월가에서 최고의 투자대가로 꼽히며 ‘신(新) 채권왕’으로 통한다. 그가 2009년 설립한 더블라인 캐피탈의 대표펀드인 토탈리턴본드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98%(지난 8월말 기준)다. 절대 수익률은 낮지만 올해 대부분이 채권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며 놀라운 성적이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의 대표펀드가 0.7%,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1.48%를 훨씬 능가한다. 적어도 채권펀드에서는 대적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더블라인캐피털 본사에서 그를 만나 업계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부터 물어봤다.

▶투자원칙이 무엇인가.

“턴오버(turn-over)를 허용하지 않는 것,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채권펀드 대부분이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빌 그로스의 야누스 캐피탈은 올들어 -2%, 프랭클린템플턴은 -5%다.”

(실제 운용자산이 612억달러에 달하는 템플턴의 글로벌 본드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6.98%다.)”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이 낫지 않겠나.

“아니다. 안전한 채권이 있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수익률을 플러스로 낼 수 있다. 미 국채나 모기지 채권 등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균형이 필요하다. 안전하면서도 성과가 괜찮은 미 국채와 위험성은 크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높은 하이일드채권을 포트폴리오에 같이 넣는 것이다. 이런 식의 균형은 금리 변화에 따른 리스크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도 해달라.

“간단하다. 낮은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buy low and sell high). 어렵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 공포를 느낀다. 리스크를 분석하고, 가격하락의 위험과 시장 붕괴의 신호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공포를 이기고 낮은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다.”

▶비싸게 파는 것도 쉽지 않다.

“투자에서 희망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시장붕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주식을 사기에 좋은 시점이 아니었는데,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올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 좋은 소식은 아니다.”

▶이유가 뭔가. 미국 경제는 완만하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깝긴 하지만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7%로, Fed가 3차 양적 완화를 시행했던 2012년 3분기보다 낮다. 실질 성장률이 높은 것은 물가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 아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제조업 지표는 악화되고 있고, Fed가 물가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한창 ‘돈풀기’가 진행되던 2011년보다 낮다. 만약 당신이 외계에서 왔다면 ‘도대체 Fed가 양적 완화를 안 하고 뭐 하고 있지’라고 말할 것이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0.25%포인트에 그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장에 영향이 없다면 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제로금리였다. 1년이나 2년, 아니 7년을 더 가지 못할 이유가 있나?”

▶중국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중국이 올해 7%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중국 경제는 생각보다 더 악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중국은 과거 20년간 ‘글로벌 성장엔진’이었지만 더 이상 이전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코를 훌쩍거리면 다른 신흥국들은 감기에 걸릴 지경이다. 중국은 세계 철광석의 73%를 사용하고 있고, 동과 철, 알루미늄 등 광물도 최대 소비국이다. 지금 철광석 가격은 2년 전 t당 140달러에서 6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만약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신흥국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유럽과 일본 경제는 어떻게 보나.

“지난달 미국의 금리 동결이 유럽과 일본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면 미 달러화가 더 강세로 갔을 것이고 유럽과 일본은 수출시장이 확대되면서 혜택을 봤을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부양책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도전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평균 5%라면 어떤 국가는 7%, 상황이 안좋은 국가는 3%라도 성장한다. 하지만 평균 성장률이 1%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부 국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뜻이니까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다.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확대해 글로벌 성장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진가.

“그렇다. 미 달러화에 연동된 페그제를 적용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오랜 기간 절상돼 왔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고, 무역가중치에 근거한 위안화 가치는 2011년 이후 10% 이상 올랐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수출주도형 경제는 글로벌 성장 둔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한국의 8월 수출은 15%나 줄었습니다. 2009년 8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 한국이 취약해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어떤 정책을 펴야 합니까.

“한국은 지나치게 수출의존적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가 중국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다. 외국인 투자자에겐 한국에 투자를 꺼리는 리스크 요인이다.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산업과 지역을) 다양화시켜야 한다.”

▶회사 이름이 더블라인(double line)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몬드리안(20세기의 대표적 추상화가중 한 명)의 작품에서 따왔다. 하지만 더블라인은 중앙선을 뜻하기도 한다. 절대로 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관리를 강조하는 이중적 의미도 담고 있다.” (끝)

※ 참고

◆글로벌 금융위기 예측한 스타 펀드매니저…‘신채권왕’ 명성

군드라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하면서 월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미국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TCW그룹에서 뛰어난 수익률을 올리는 스타급 ‘머니 매니저’로 명성을 쌓았다. TCW그룹의 대표펀드인 토탈리턴펀드는 군드라흐가 떠나기 직전인 2009년까지 10년간 상위 2%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군드라흐가 투자업계에 뛰어든 이력도 특이하다. 뉴욕주 버팔로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그는 1981년 다트머스대학에서 철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이후 보험회사에서 1년간 다니다가 예일대학 수학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하지만 지도교사와 학위논문을 놓고 이견이 생기자 중도에 포기하고 로스엔젤레스로 이사를 했다.

낮에는 보험사 직원을, 밤에는 뉴웨이브 밴드의 드러머 생활을 하던 그는 1985년 TV 프로그램인 ‘리치&페이머스(ruch and famous)’에서 월가 출신들의 고액연봉과 화려한 생활을 보고 IB업계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뒤 전화번호부를 뒤져 투자회사 20곳에 이력서를 보낸 끝에 TCW 채권 매니저로 시작했다. 입사후 정확한 시장 예측능력으로 두각을 드러내면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머니매니저로 명성을 쌓았다.

2005년 46세에 TCW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올랐으며 2009년에 그가 번 개인소득은 연봉과 인센티브 등을 포함, 40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TCW와 불화로 2009년 12월 전격 해고된 후 불과 사흘만에 그가 데리고 있던 40명의 직원들과 함께 더블라인캐피탈을 창업했다.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했던 더블라인은 1년만인 2010년 운용자산이 70억달러로 불어났다.

포브스, 블룸버그통신, 포춘 등은 돌아가면서 그를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50’에 뽑았다.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자매지인 주간 배런스가 특집기사로 군드라흐를 다루면서 빌 그로스를 능가하는 ‘신채권왕’이라는 칭호를 붙혔다.

◆더블라인, 20개월 연속 투자금 순유입…3분에만 50억달러 증가

더블라인 캐피탈은 2009년 설립된 운용자산(AUM) 810억 달러(9월말 기준)의 뮤추얼펀드다. 채권에 주로 투자하지만 주식과 상품거래도 하고 있다. AUM은 지난 2분기말 760억 달러에서 3개월만에 50억 달러가 증가했다. 지난달 11억 달러를 비롯해 20개월 연속 투자금이 순유입되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 펀드인 토탈리턴본드펀드는 채권평가회사인 모닝스타가 선정한 중기채권투자 부문에서 상위 1%에 올라있다.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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