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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2분을 위해 4시간 서서 기다리는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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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문화스포츠부 기자) 발레에도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 작품이 있습니다. 27일 첫 공연을 시작해 다음달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가 그 중 하나입니다.

인도의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150명이 넘는 무용수들이 나오고, 이들이 입는 화려한 의상은 400벌이 넘습니다. 높이 2m의 대형 코끼리 모형도 무대에 등장합니다.

라 바야데르의 화려한 무대에서도 유독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2막에 등장하는 황금신상입니다. 온몸에 금칠을 한 황금신상은 전사 솔로르와 공주 감자티의 결혼식에서 춤을 추며 고난도 기교를 선보입니다. 무대에는 2분 남짓 등장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죠. 이번 공연에서 두 차례 황금신상역으로 무대에 서는 발레리노 강민우 씨는 “무용수가 그 2분을 위해 견디는 고충이 상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황금신상 분장에는 1시간가량이 걸립니다. 동상 느낌을 내기 위해 전신에 금색 파우더와 오일을 번갈아 칠하죠.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분장을 하고 나면 무용수는 어디에 앉지도, 기대지 못한 채 계속 서 있어야합니다. 분장이 벽이나 의자에 묻어 지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몸을 풀 때에도 선 채로 스트레칭을 합니다.”

황금신상을 맡은 무용수는 2막 초반에 춤을 추고 퇴장하고 나서도 편히 쉴 수 없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무용수들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커튼콜에 다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공연 시간이 약 3시간이고, 공연 1시간 전부터 분장을 시작하니 황금신상 차림으로 4시간가량을 어디에도 몸을 기대지 않고 서 있어야 하는거죠.

인간이 아니라 동상 역할이어서 다보니 겪는 어려움도 있다고 하는데요. 강씨는 “춤을 출 때에도 동상의 무표정을 연기해야 한다”며 “뛰어오르는 동작이 많지만 입을 벌려서 숨을 쉴 수 없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멋진 무대를 위한 무용수들의 숨은 노력이 인상깊습니다. (끝) /alway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4.23(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