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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끈기와 정성, 기회추구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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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선임기자) “앞으로 한국 경제가 자리해야할 산업생태계에서는 시장규칙이나 수요를 거의 예측할수 없는, 극단적인 불확실성이 지배할 것입니다. 빠른 학습이나 정보력이 중시되었던 ‘정보화’ 시기와는 달리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쉬지않고 반복하는 끈기와 정성, 기회추구력이 진정한 미덕이 되는 ‘창조화’ 시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관악산의 단풍이 곱게 물든 24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 아침 일찍부터 기업 대표와 임직원, 교수, 변리사 등 13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이날 오후까지 ‘대한민국 강소기업의 성장방안’에 대한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각자의 해법을 생각했습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서울대 나노융합IP 최고전략과정이 주최한 제4회 NIP포럼에서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한국 경제를 엔지니어와 벤처기업인이 이끌었다면 업종간 경계가 사라지고 언제든지 위기와 급변사태가 올수 있는 창조화시대에선 불특정 다수의 창조인력이 경제발전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화의 속도를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기업과 경영인 자체가 변화 그 자체가 되어야하는 시대를 맞아 창발경영(emergence management)을 새로운 혁신의 패러다임으로 삼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큰 돈을 번 페이스북과 네이버, 구글, 카카오. 인터파크 등이 스스로 말하는 성공비결을 지적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성공할 때까지 하라”는 것이죠.

이 교수는 2009년부터 재단법인 창조경제연구원장으로 활동하면서 ‘1인 창조기업’ ‘청년창직’ ‘창의인재동반제도’ 등 창조경제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제안한 학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창발혁신의 4단계를 제시했습니다.

1단계는 뜻과 의지, 비전을 가득 채우는 ‘충전’입니다. 2단계는 생존 라인을 확보하고 실패와 동거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고요. 1~2단계를 거치다보면 안목이 생겨 반보 앞선 예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3단계가 ‘기회포착’입니다. 마지막 4단계는 과감히 결단하고 전광석화처럼 실행해 전리품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이제는 ‘충전된’ 보통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라며 “중국 소비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삼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에 이어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연단에 올랐습니다. 박 교수는 2010년부터 나노융합IP최고전략과정 주임교수로 재직중입니디. 그는 1기부터 12기까지의 제자들 앞에서 한국의 위기 요인으로 △소프트웨어 마인드 부재 △중국 제조업의 약진 △부족한 원천기술과 지극히 낮은 투자자본수익률 △대학 및 연구소의 개혁시스템 취약 등을 손꼽았습니다.

박 교수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추락세를 반전시킬 방법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한국이 절대우위에 있는 6대 요인을 활용하자는 것이죠. 2000만명의 인구 규모로 우수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고 효율적인 주거와 문화, 교통시스템을 갖춘 수도권 경쟁력이 첫번째입니다. 이어 △급성장 중인 아시아 시장의 중심에 위치 △최고 인프라를 지닌 IT △교육에 대한 높은 우선순위 △제조업 및 바이오시밀러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 △북한과 러시아 등 잠재력을 지닌 국가 옆에 있다는 지정학적 요인입니다.

이 교수처럼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가 2013년 3월부터 중소기업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한 청장은 ‘창조경제시대 중소기업의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대기업 중심의 요소투입형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한국형 자본주의는 △고용없는 성장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낙수효과 약화 △중산층 감소와 빈곤층 증가 △양극화와 이중구조 고착화 우려 등으로 나타나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청장은 “내수시장 중심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며 “창업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는 ‘본 글로벌 스타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한국의 창업 5년차 생존율은 30%로 미국의 43%보다 낮지만 기술형 창업의 생존율은 50%,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경우에는 60~70%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설명했고요.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정부는 창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문제는 실패자에게 따라다니는 ‘주홍글씨’입니다. 그는 “재창업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차별을 폐지하는 작업의 진도가 상당히 나갔다”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실한 실패자에게는 금융상 족쇄를 풀어주자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소기업의 인력이나 기술을 부당하게 빼내가는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는 제재해야한다는 한 청장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그는 “대기업의 5~10%가 생태계의 물을 흐리고 있다”며 “공공기관 입찰제한을 요청하는 기준을 6개월(현재 3개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연내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제로섬 사회를 조장하는 사회는 나쁘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공정한 경기를 할수 없는만큼 운동장부터 평평하게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본부장과 온세통신 부사장을 거쳐 2010년 글로텍을 창업,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로 키운 최수 대표(NIP 총문동문회장)는 “시장과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면 기업 내부 역량과 관계없이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며 “미리 인식하면 위험의 50%를 줄일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최고경영자는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기회를 붙잡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어야한다”며 “먼저 기술력을 갖춰 시장에서 통할만한 제품을 만든뒤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영업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진욱 미원상사 대표는 “제품이 정말 좋다면 바이어는 전용기를 타고와서라도 사갈 것“이라며 ”시장과 구매자가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신홍현 대림화학 대표는 “거래처의 ‘갑’에게도 ‘갑’이 있다”며 “갑의 갑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 갑이 을인 내게 약해진다”고 조언했습니다.

토요일 휴식을 반납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서울대 캠퍼스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던 NIP 동문들은 이날 오후 늦게 환한 얼굴로 2차 모임을 위해 삼삼오오 떠났습니다. (끝)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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