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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좌절하는 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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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성풍속은 부침한다. 그것은 경기의 사이클과도 흡사해서 한때의 번성이 있는가하면 도덕군자들의 위세가 맹위를 떨치는 시대로 급격히 반전되는 시기를 맞기도 한다. 마치 여인의 치마가 짧아지고 길어지기를 반복하듯이 성의 관념도 개방과 폐쇄를 반복한다.

이 변화를 끌어가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들이 다양한 변론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굳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이 그들의 변설을 따라가기만 하면 일정한 이해에 도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성의 관념은 철저히 세속적인 이유 즉 경기의 변화나 질병의 전파 등에 종속해 변화한다.

예를들어 르네상스 이후 변성하던 성의 개방풍조는 16세기들어 급격한 후퇴기를 맞았던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간단하고도 강력한 이유 즉 전전하던 자본주의 경제는 16세기 후반부에 들면서 급격한 후퇴기를 맞았다. 우리의 레퍼런스중 하나인 에투아르트 푹스는 이시기 들어 사람들이 도덕적 품성을 회복한 것을 종교개혁이나 군자들의 영향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쓰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의 노도와 같은 전진을 가로막은 불경기를 이시대 도덕적 품성의 회복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어느정도 사실일 것이다. 16세기 초반에 들면서 스페인은 이미 파산한 상태였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국가경제가 붕괴일보 직전에 봉착했던 것으로 경제사들은 쓰고 있다.

기업들의 이윤율은 급격히 떨어져 신흥계급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사실 새로운 성풍속을 선도한 것은 신흥계급들이었다. 처음 남자들의 윗옷을 허리에서 잘라버린 계급도 신흥계급이요, 새로운 결혼방정식을 개발해낸 것도 모두 신흥계급이었다. 이들은 축적되는 부에 자신감을 얻어 건방지고 진취적이며 겁날게 없이 성풍속을 주도했다. 이들에게 치명타를 가한 것은 낡은 계급도 아니요, 도덕군자들의 귀따가운 설교도 아니었다. 이들에게 근검을 강요했던 것은 다름아닌 생활의 위기 그자체였다.

경기의 침체와 혼란은 성풍속의 선회에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추가로 지출할 돈이 없다면 매춘녀를 즐기고 여인들과 밤을 새워 진탕 마시고 노는 일따위는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되고 만다. 건전해지고 싶어 건전해 지는 것은 아니다. 흥청망청한다는 좋은 표현이 있지만 성풍속은 바로 이 흥청망청하는 사회 분위기, 이완된 분위기라는 토양에서만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도덕과 경제의 함수관계가 있다. 쓸돈이 없어 못쓰는 처지라면 고상한 것으로서의 도덕은 빛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게 인간적 제약이다. 물론 일부의 도덕군자는 세상의 눈치가 없이도 또 즐길 돈이 쌓여있어도 충분한 절제의 미덕을 발휘할 것이지만 이는 예외에 불과하다. 사실 여기에 우리 경제생활의 미덕이 있기도 한 것이다. 늘 빠듯하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