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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가스업계, 사상 첫 구조조정 임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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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미국)=김재후 경제부 기자)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든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셰일가스 등장으로 바뀐 게 있다면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는 데 일조한 것과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화했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을 다녀왔습니다. 휴스턴 땅 속엔 아메리카 대륙에선 가장 많은 수송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습니다. 휴스턴이 미주의 ‘에너지 수도’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휴스턴엔 ‘에너지 수도’답게 셰일가스 회사들도 많이 몰려 있습니다. 셰일가스업계에는 쉘社와 같이 글로벌 기업보다는 중소형 회사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상장하지도 않아서 회사 수도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고 합니다.

그런 셰일가스업계가 사상 첫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는 게 휴스턴 현지 분위기였습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라는 게 휴스턴에서 근무중인 김보영 한국가스공사 미주지사장의 비유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가 하락세가 장기간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니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으로 유가는 작년 6월 배럴당 107달러에서 최근 40달러대까지 가라앉았습니다. 셰일가스 붐으로 유가가 떨어졌는데, 그 떨어진 유가가 셰일가스 회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입니다.

여기까진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가 새로 들은 사실은 셰일가스 업계 구조조정의 발발 이유가 ‘회사구조’라는 것입니다. 김 지사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셰일가스 회사들은 기술의 진보로 1년여간 지속된 유가하락을 버텼습니다. 예컨대 수직 드릴정 하나당 수평 드릴정 하나씩이었던 전통적인 원유(가스) 생산 공정을 수평 드릴정을 2~3개로 늘리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분을 상쇄시켰습니다. 지난 1년간 유가 하락에도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이 증가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하락세가 언제 끝날지 모르면서 이것만으로 버티기가 힘들게 됐습니다.”

셰일가스 회사 구조 얘기는 본격 시작됩니다. 계속 들어봅시다.

“그런데 이 셰일가스 회사들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창업당시 투자를 헤지펀드나 은행들로부터 받았습니다. 금융권은 셰일가스 회사에 투자 조건으로 셰일가스의 판매할 때 헤징(hedging)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헤징이란 예컨대 2012년에 판매계약을 하더라도 1~2년간 2012년 당시의 가격으로 팔도록 요구한 것입니다. 유가가 떨어져도 판매 가격은 유지되는 셈이죠. 정확히 알려진 건 없는데 대개 90%의 회사들이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작년에 판매계약을 체결한 많은 셰일가스 회사들이 그 조건으로 역설적이게도 최근 유가 하락한 1년간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하지만 유가 하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나오면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란 게 휴스턴 셰일가스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어떤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을까요. 김 지사장의 전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융권이 셰일가스에 투자한(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시작할 채비를 하고, 그러면 셰일가스 회사들은 도산을 하거나 감원을 선택할 것입니다. 감원으로도 도산을 피할 수 없다면 M&A 시장이 열릴 거고요. 휴스턴에 구조조정 회사들이 모여든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이상할 게 없죠.” (끝) u@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