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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통 바로 안 채우면 임금 깎은 '괴짜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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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워싱턴 특파원) 최근 미국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로버트 머서 공동 최고경영자(CEO·69·사진)가 미국 대통령 선거판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로버트 머서는 ‘은둔형’ 컴퓨터 천재이자 성공한 헤지펀드 매니저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이 직접 짠 프로그램으로 헤지펀드를 운용해 거액의 재산을 모았죠. 그의 재산은 125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컴퓨터 작업실의 고독과 냄새를 사랑한다’는 그가 미국 정치권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올 초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측에 1100만달러(약 123억원)의 거금을 기부하면서입니다. 개인 기부금 기준으로 최고 액수입니다.

미국 언론은 당시 그의 정치적 성향과 크루즈와의 인연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 감세와 규제 완화를 외치는 보수성향 정치인을 지원해왔다는 사실과 몇 년 전 워싱턴DC의 한 사교 모임에서 크루즈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 외엔 알려진 게 없었죠. 그가 강연이나 인터뷰, 저술 활동을 하지 않고 그의 회사 직원도 그와 관련한 인터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머서가 최근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그와 연관된 소송 내용이 알려지면서 입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모형기차 소송의 원고로, 샴푸 소송의 피고로 연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머서는 2009년 자신의 집에 모형 기차세트를 설치한 플로리다 소재 레일드림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회사가 자신에게 199만달러(22억3000만원)를 과다 청구했다는 주장이었죠. 소송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머서는 2013년엔 자신의 집에서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직원들은 머서가 초과 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목욕실 샴푸통의 내용물이 3분의 1로 줄 때까지 채워넣지 않았다거나, 여분의 수건이 제때 보충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임금을 깎았다고 주장했습니다.

WP는 “가사 직원과의 소송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 처리됐다”며 “은둔형 거액 정치자금 기부자와 관련된 이해하기 힘든 소송”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끝) /ps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7.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