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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미디어' 환경에 놓인 전자책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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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전자책(e-Book)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종이책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은 전자책 단말기는 스마트폰의 대형화 추세 속에 소리소문없이 시장에서 퇴장했습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도 전자책 관련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세계시장도 최근까지 썩 좋지 않습니다. '전자책 시장의 넷플릭스'를 표방했던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오이스터(Oyster)'는 9월21일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약 1200개 출판사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미출판협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5년 초 5개월간 전자책 매출이 10% 감소했지만 종이책 매출은 오히로 8.4%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전자책이 2014년 전체 출판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이 수 년 전과 동일한 20%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월정액 무제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모델도 문을 닫고 출판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정체된다는 사실은 전자책 시장에 대한 회의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특히 출판업계는 '오이스터'를 비롯 'Scribd', 아마존 킨들 언리미티트(unlimited) 등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도 의문이 증가했습니다. 동영상, 음악 콘텐츠에 비해 내세울 킬러 콘텐츠의 한계가 있고, 월 평균 1~2권 내외를 읽는 독서 행태상 월정액 무제한 구독형 서비스의 효용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글이 '오이스터'를 인수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이미 오이스터 인력이 구글 플레이 북스(Google Play Books)에 합류했고, 구글 버전의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출시설도 꾸준히 나돌고 있습니다. 시장 관계자들은 구글과 아마존 킨들, Scribd 간의 3자 구도를 일찌감치 전망하고 있는데요.

월 서비스 요금도 10달러 안팎이고 보유 전자책도 100만개 안팎으로 비슷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부가 콘텐츠를 비롯 좀 더 수준 높은 전자책을 누가 보유하느냐고 관건이 될 겁니다. 이런 흐름에서 국내 전자책 시장도 조심스럽기는 해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에 나온 전자책 서비스업체 리디북스의 첫 전자책 단말기 ‘리디북스 페이퍼’ 그리고 이에 앞서 9월에 출시한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국내 대표 서점 3사 공동의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카르타(Crema Carta)’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대와 향상된 성능, 풍부한 콘텐츠를 전자책 부상의 배경으로 꼽고 있습니다. 10만원대 중반이면 단말기를 살 수 있는 데다가 고해상도를 탑재하고 반응속도는 크게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전자책 시장의 성장세 둔화만 갖고 '전자책 혁명의 종말'을 예단하는 건 이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또 시장조사기관 스트라베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단지 콘텐츠 보급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소셜네트워크 이용자와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 전략을 세운다면 잠재력이 높다"는 업계의 제언을 공개했습니다.

한때 종이책 시장을 압도할 것으로 보이던 전자책 시장이 최근의 침체 국면을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탄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성대훈 다우인큐브 미디어콘텐츠사업본부장은 "세계적으로 보면 아마존 킨들 진영과 일본 코보(KOBO), 유럽의 토리노얼라이언스 등 크게 3강 구도로 형성돼 있다. 국내로 좁혀 보면 기존 유통사업자가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전자책을 끌고가는 정도이다.
단순히 컨버팅하는 전자책 시장은 점차 죽고 있다."라고 평가합니다.

성 본부장은 "현재 시장은
미디어 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결합·융합되는 현상인 트랜스 미디어(trans media)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콘텐츠 소스를 확보할 때부터 웹툰, 웹드라마 더 나아가 캐릭터 등으로 확장하는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 최근 콘텐츠 시장의 주요 흐름이라는 겁니다. 시장의 거대한 트렌드를 고려할 때 전자책의 미래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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