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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노벨위원회'가 콕 찍어준 노벨경제학상 앵거스 디턴의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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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국제부 기자)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12일 오후 1시(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의 새 수상자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디턴 교수가 무슨 연구를 한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들어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죠. 사실 경제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뭘 했는지 어떻게 쉽게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막상 노벨경제학상 발표 행사를 생중계로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릅니다. 위원회가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디턴 교수의 업적을 3가지로 소개했는데,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디턴 교수의 업적은 ‘소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복지 수준, 생활의 표준을 판단하려면 ‘돈을 얼마나 쓰느냐’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소득 국가의 빈곤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기초작업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정보가 없거든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은 조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힘도 많이 듭니다. 노벨위원회는 이런 상황에서 그의 연구가 3가지 성취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3가지 중 첫 번째는 ‘수요의 시스템’을 디자인한 것입니다. 말이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예시도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정부가 식료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더 많이 매기려고 한다고 칩시다. 이 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손해를 보는 이들은요? 개인의 소비 선택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자신의 소득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1980년 디턴은 이런 이슈들을 반영한 ‘거의 이상적인 수요 시스템’을 디자인했는데, “이는 실제 현실사회의 수요 패턴을 비교적 정확하게 포착한 최초의 시스템”이라고 위원회는 설명했습니다.

이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연구할 때 쓰이는 표준화된 도구가 됐지요. 다음 연구자들을 위한 작업기반을 세팅해준 셈입니다.

두 번째 기여는 소비와 소득의 관계를 정밀하게 본 것입니다. 과거에는 재정정책을 짤 때 여러 가지 요인들이 낳는 결과를 ‘짬뽕’해서, 최종 결과만 가지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디턴 교수는 그것이 ‘개인레벨’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봤습니다. 개인들의 판단을 각각 들여다보면, ‘전체’와 흐름이 달랐다는 거지요. 변수들을 전부 합해서 데이터를 보는 것이 잘못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디턴 패러독스’를 찾아낸 것입니다.

이를테면 평균을 담은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위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해도 자세히 그 안에 들여다 보면 수많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거죠. 거칠게 보면 부분과 집합의 오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디턴 교수는 이런 해석 오류를 막기 위해선 소비를 ‘개인 수준’에서 연구하고 이를 합산해서 봐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세 번째 기여는 생활의 표준과 빈곤 문제를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저소득 국가에서 빈곤을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디턴 교수는 1988년에 가격과 상품·서비스의 질에 대한 정보를 관찰하기 어려울 때 어떻게 빈곤을 측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까지는 안 해 준 것을 보니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면 상당히 학술적인 내용이 되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디턴의 연구는 “다양한 소비의 측면에 대한 지평을 넓혀 줬다”고 위원회는 강조했습니다. 그의 연구가 “①이론과 데이터를 연결시켜줬고, ②개인의 행동과 그런 행동의 총합으로 나오는 결과를 연결했다”는 겁니다. 이런 연구들이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개발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실제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도 상당히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이어 위원회는 미국에 있는 디턴 교수를 전화로 연결해서 기자회견을 하게 했습니다. 소식을 들은지 불과 몇십분밖에 지나지 않은 탓에, 그리고 미국시간 오전 7시였던 탓에 “졸리다”면서도 기뻐하더군요. 가난에 대한 연구를 인정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생중계로 보니, 흥미진진하더군요. 무엇보다도 비교적 어려운 내용을 가급적 쉽게 풀어서 ‘왜 우리가 디턴에게 상을 줬는가’를 설명하려던 위원회의 노력이 인상적인 회견이었습니다. (끝)

(가디언의 중계 동영상 : http://www.theguardian.com/business/live/2015/oct/12/nobel-prize-sveriges-riksbank-in-economic-sciences-announcement--live)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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