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돌이킬 수 없이 퇴조할 것으로만 생각하던 종이신문 만화가 해외 언론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텍스트 기사보다는 시각적인 것을 선호하는 매체환경, 독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힘입은 건데요. 특히 일찍부터 멀티미디어 소비를 해온 젊은 세대에게 호응이 크다고 합니다.
현재는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그래픽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저널리즘 전문 사이트(journalism.co.uk)에서 얼마 전 가디언의 사례를 다뤘습니다. 가디언은 그래픽 저널리즘 전문기관 포지티브네거티브스(PositiveNegatives)와 함께 나이지리아 여성 아비케(Abike)의 스토리를 만화 형식으로 다뤘습니다. 자신의 모국을 떠나 영국에 일자리를 찾으로 왔다가 성매매에 연루되는 불운한 운명에 빠진 아비케의 사연인데요. 만화 마지막 부분에는 아프리카 여성들과 관련된 인신매매, 성매매 기사와 통계자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취재원들도 만화라는 형식에서 보다 자유롭게 자신을 공개하고 사연을 전할 수 있습니다. 영상 인터뷰는 취재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전에 주눅도 들 수 있습니다. 취재원 보호도 가능하죠. 무엇보다 만화의 기법으로는 텍스트 이상의 표현이 가능합니다. 공포나 두려움, 시간과 공간에 대한 표현도 압축적으로 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비스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취재(인터뷰)를 끝내고 이를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일일이 체크를 하면서 진행돼야 하므로 기자와 일러스트레이트 담당자 사이에 긴밀한 '협력'도 필요합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주변 배경과 이해를 돕는 여러 요소들을 세심하게 기록해둬야 합니다. 사진도 많이 찍어야겠지요. 나중에 만화로 표현할 때 완성도를 높이거나 놓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만화라는 형식의 특징 즉, 압축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세밀한 터치나 색감 따위의 요소들이 던지는 메시지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즉, 의도했건 하지 않건 작가의 관점이 투영되는 그림은 사실보다 다른 차원으로 왜곡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화 형식의 그래픽 저널리즘은 관련 자료나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표출-하이퍼 링크 해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 언론사에서는 본격적인 그래픽 저널리즘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일부 큐레이션 미디어가 짧은 분량의 만화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고 '카드뉴스' 형식으로 표출되는 수준인데요. 당분간은 '포지티브네거티브스'처럼 저널리즘을 수용한 전문기관이나 대학생 등 외부 파트너와 협력으로 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디자인 감각, 표현을 위한 구성능력 등 멀티미디어에 숙련된 인재 확보가 관건이거든요.
만화가 저널리즘의 옷을 입는 그날은 언제가 될 수 있을까요? 그래픽 저널리즘에 관심있는 독자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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