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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병 치료하는 '인공 세포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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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세포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치료 연구에 사용하는 인공 세포핵을 만들었다. 엄숭호 성균관대 화학고분자공학부 교수(사진) 연구팀은 세포 핵을 대체할 인공 세포핵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5일 발표했다.

다운증후군은 유전자 염색체 21번이 정상보다 많은 경우에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방안으로 정상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집어 넣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달되는 정상 유전자가 1% 미만에 머물고 전달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가 임의로 일어나 암세포 같은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부 과학자들은 또 세포핵에 직접 유전자를 전달하지 않고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RNA(mRNA)을 통해 정상 단백질을 생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들이는 품에 비해 치료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엄 교수 연구진은 이런 방법 대신 자연상태의 세포핵 기능을 모방한 인공 세포핵을 만들었다. 다량의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는 ‘하이드로겔(콜로이드 용액이 물에 굳어 있는 상태)’에 자연세포핵의 막과 유사한 지질막을 덮어 씌워 생체 바깥에서도 단백질을 원활하게 합성하는 세포핵을 만든 것이다.

이 인공 세포핵은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가둬 두는 그물 역할을 하는 덕분에 단백질 합성인자를 만나면 ‘잔류’효과가 극대화하면서 단백질 생성이 100배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정상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대상 세포에 전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정상 단백질이 분비돼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전적 결함이 있는 환자의 유방암 세포에 집어넣은 결과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생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만든 인공 세포핵은 항체, 접합 단백질 등 몸안에서 잘 합성하지 못하는 단백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몸에서 쉽게 생성하기 어려운 16가지의 기능성 단백질을 만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대량 생산 공정을 갖추면 단백질 치료제에 활용하는 특정 단백질을 대량 배양하는 ‘세포핵 공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는 지난 8월 27일자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소개됐다. (끝) /kunt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