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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 전략 담은 한 글자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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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리 IT과학부 기자) 지난 1일 LG전자가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연 스마트폰 신제품 ‘LG V10’ 공개 행사장. 장진 감독과 배우 스테파니 리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V10으로 촬영한 단편영화를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LG전자가 행사에서 상영한 단편영화는 온전히 V10으로만 찍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점은 어떤 영화 촬영 전문 장비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장 감독은 “이번 단편영화 작업은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화를 찍는 환경에서 촬영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영화 감독들이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한다면서 카메라만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영화 촬영 전문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는 관례를 깨고 전문 장비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장 감독은 마치 마술사처럼 무대 위 탁자에 놓여진 물건들을 차례로 집어들었습니다. “배드민턴채에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스테디캠(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키지 않고 핸드헬드(handheld) 방식으로 들고 촬영할 때 촬영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카메라를 고정하는 장치) 못지 않습니다. 프라이팬 뒤지개에 고정시키고 촬영해도 떨림이 없습니다. 조명은 집 책상 위에 있는 스탠드를 활용하세요. 스탠드 조명이 너무 강하면 뽁뽁이 크리넥스 등으로 감싸면 됩니다. 빛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자연광에서 찍을 때 조명판은 하얀 하드보드지를 쓰세요. 하드보드지가 없다구요? 달력 뒷면을 이용하면 충분합니다. 이런 물건들은 집에서 흔히 구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손쉽게 촬영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매뉴얼을 익히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요. 저는 단 20분 동안 V10 동영상 촬영 기능 설명을 듣고 10여가지 매뉴얼만으로 촬영했습니다. 소비자들도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만든 단편영화는 행사장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해도 화질 등이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LG전자는 왜 신제품 공개 행사의 3분의1에 이르는 귀한 시간을 단편영화와 장 감독에게 내어줬을까요? V10의 카메라와 동영상 촬영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섭니다. LG전자가 내놓은 새로운 스마트폰 시리즈 ‘V’의 대표적인 의미는 venture(모험)입니다. visual(시각), value(가치) 등의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문자, 사진보다 동영상에 더 익숙한 이른바 ‘비주얼 세대’에게 ‘가치있는 비주얼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질의응답 시간. 한 기자가 최근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조준호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사장)의 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취임 후) 지난 8~9개월 지내보니 숫자에 연연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판이 짜여져 있는 시장-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사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를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론 스마트폰 몇 대 더 파는 것보다 LG전자만의 색깔로 LG 마니아를 만드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겁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단 의미입니다.”

LG전자 스마트폰만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카메라와 동영상 기능이 강한 스마트폰’ 하면 바로 ‘LG전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목표가 포함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 사장은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을 묻는 질문에 “방금 미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동영상 기능에 대한 고객사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습니다. LG전자 스마트폰 카메라는 전통적으로 강했습니다. 표류하던 스마트폰 사업을 제 궤도에 올려놓은 G3의 성공 비결로 카메라를 꼽습니다.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격변하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입니다. (끝)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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