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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의 '교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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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유엔개발정상회의 일정을 거의 함께 하면서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26~28일동안 사흘간 열리는 회의기간동안 직간접적으로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모두 7차례다. 박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도착 후 첫 일정으로 반 총장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이어 유엔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26일),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26일),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오찬(27일), 유엔총회 기조연설(28일), 유엔 사무총장 주최 오찬(28일), 유엔평화활동 정상회의(28일)에 함께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이 26일 진행한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 고위급 회의에는 반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가 참석했다.

만남이 이례적으로 잦을 뿐 아니라 현안에 대해서도 공통 메시지를 내면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는 게 유엔 외교가의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이번 유엔 무대에서 북핵 문제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기후변화 등 국제 이슈뿐 아니라 새마을운동과 같은 국내 이슈에 대해서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교감하고 서로 호흡을 맞추는 듯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이 적극 추진 중인 SDGs와 신(新) 기후변화 체제에 대해 적극적인 기여 의지와 함께 개도국 소녀 보건·교육에 5년간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선물을 건냈다. 반 총장은 이에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촉진에 유엔이 지원하고 성공하도록 기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도 ‘교감외교’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SDGs 이행을 위한 모델로 새마을운동 글로벌 버전인 ‘신(新)농촌개발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반 총장은 박 대통령 구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26일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반 총장은 “나도 한국사람 중 한 명으로서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새마을운동이 회원국에 실행되고 있어 감명을 받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노력으로 새마을운동을 개도국에 소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개인경험담까지 소개하면서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 총장 연설이 끝나자 박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크게 박수를 쳤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반 총장을 향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유엔 정상회의 기간동안 이뤄진 두 사람의 ‘공감외교’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의 ‘박심(朴心) 잡기’가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박기문 대안론’이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에 따름녀 반 총장이 21.1%로 1위를 차지했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4.1%)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11.2%)가 뒤를 이었다는 소식(신뢰수준 95%, ±3.1%포인트)도 전해졌다.

반 총장도 지금까지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유엔사무총장으로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아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하면서 불출마 의사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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