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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리아 호텔이 '반서방 아지트'로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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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이자 역대 미국 대통령의 단골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반(반)서방의 아지트’로 바뀌었다.

아스토리아호텔은 1929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부터 지난해까지 84년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유엔 총회가 열릴 때마다 예외없이 이 곳에 묵으면서 각 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벌이면서 미국의 안방 역할을 해왔다.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1945년 유엔이 탄생할 당시 외교회담이 열린 역사적 장소라는 점 외에도 맨해튼 동쪽에 위치한 유엔본부와 불과 다섯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통령의 동선이 짧고 경호에 유리한 점도 미 정부가 아스토리아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신조 아베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까지 전 세계에서 약 20개국 정상이 모두 유엔총회기간동안 숙소로 이 곳을 골랐다.

유엔 총회기간 미 국무부 전체가 아스토리아 호텔로 이동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미국 유엔외교의 주무대였던 아스토리아 호텔이 지난해 중국의 보험회사인 안방보험이 매각된 이후 처음 열린 올해 유엔총회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미국 정부가 감청우려 등 보안상의 이유로 미 정부가 아스토리아를 버리고 최근 롯데가 인수한 뉴욕팰리스호텔로 거점을 옮기면서서 자연스럽게 아스토리아의 고객들이 바뀐 것이다. 미국 유엔대표부는 현재 대사관저로 사용중인 아스토리아 호텔 스위트룸도 올해말 계약기간이 끝나는대로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후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연스럽게 자국기업이 소유한 아스토리아 호텔을 골랐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 곳에 투숙하기로 했다. 지난해 뉴욕팰리스 호텔에 묵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 리도 올해는 아스토리아에 짐을 풀었다. 인도와 외교적으로 갈등관계인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도 아스토리아 호텔을 숙소로 정했다. 유엔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각 국 정상들이 어느 호텔에 머무는지는 경호상의 이유로 철저히 비밀에 붙혀지지만 아무래도 외교적으로 걸끄러운 관계인 국가 정상들이 같은 호텔에 머물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이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취임 후 두 번의 뉴욕 방문시 모두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묵었지만 이번에는 센트럴파크 인근의 최고급 호텔로 장소를 바꿨다. 한 때 롯데가 인수한 뉴욕 팰리스호텔에 묵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낙점하면서 다른 곳을 찾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끝) /sgle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