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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유책주의' 대법원 판례 언제쯤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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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대법원이 최근 유책배우자(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에서 대법관 7(유책주의)대 6(파탄주의) 의견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책주의를 유지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유책주의는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고 파탄주의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결혼생활이 실질적으로 끝났으면 법적으로도 이혼하는 게 맞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미뤄보면 다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같은 안건이 올라갔을 때 파탄주의로 바뀔 가능성도 작지 않아보입니다.

그렇다면 파탄주의로 바뀌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10년 내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한번 전원합의체에 올려 심리했던 사건이 다시 전원합의체에 올라가 판례가 바뀌기까지 가장 적게 걸린 시간은 13년입니다. 그러나 당장 내년에 같은 취지의 사건이 다시 전원합의체에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 반드시 전원합의체에 올려서 심리토록 돼 있거든요. 당장 다음달이라도 소부에서 비슷한 사건을 심리하며 한 대법관이 “나는 파탄주의 입장을 못 버리겠다”고 주장하면 전원합의체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유책주의 대법관들의 임기가 파탄주의 대법관들의 임기보다 더 먼저 끝나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머지 않아 판례가 바뀔 거라는 전망에 힘을 보텝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책주의를 주장했던 이인복 이상훈 대법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2017년이 가기 전에 끝납니다. 이듬해 1월에는 파탄주의를 주장했던 김용덕 대법관도 퇴임하지만 같은 시기에 유책주의를 주장했던 박보영 대법관의 임기도 끝납니다. 유책주의를 주장했던 7명의 대법관 중에서 4명의 임기가 2018년 1월 전에 끝난다는 것이죠. 같은 기간에 임기가 끝나는 파탄주의 대법관은 김용덕 대법관 1명에 불과합니다.

대법관들의 결정에 따라 사회가 울고 웃는 걸 보면 그들이 얼마나 많은 힘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언제 어떻게 결론을 내든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끝)/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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