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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수입을 늘리자고? 은행원들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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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지난 23일 서울 명동에 있는 YWCA 대강당. 시중은행 실무자, 교수, 연구원들로 꽉 차 자리 하나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마련한 ‘국내 은행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익구조 개선방안’ 세미나를 듣기 위한 사람들이었죠. 금융권 거물의 축사나 인사말이 끝나면 썰물처럼 청중이 빠져나가는 여느 행사와 사뭇 달랐습니다. 발표자, 토론자의 한마디를 놓칠 새라 바쁘게 메모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만큼 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이 직면한 과제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겁니다. 정부의 금융정책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하거나 금융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사·연구를 주로 맡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성격상 세미나의 초점은 은행의 수익성을 확대할 수 방안에 맞춰졌습니다.

결론은 각종 수수료를 현실화해 은행들의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장 개설부터 간단한 자산관리 상담을 받더라고 돈을 내야 하는 해외 은행 사례들이 구체적인 예시로 설명됐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업 발전도 어렵다는 논리였습니다. 결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손해라는 얘기였죠.

아무래도 은행권 실무자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대체로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청중들이 보였습니다. 한 사람의 금융 소비자로서 ‘서비스 질이 얼마나 좋아진다고… 괜히 수수료만 비싸지는 것 아닌지…’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말입니다.

비단 저뿐만은 아니었다 봅니다. 행사 중 쉬는 시간에 시중은행 영업본부 실무자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걸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이것저것 수수료 차등화하라고 풀어줘도 그게 되겠어. 결국 은행간 경쟁인데. 당장 한 은행이 올려봐. 그게 경쟁이 되겠느냐고. 현실적으로 어렵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실제 기업들이 주로 부담하는 외환송금 수수료가 그렇답니다. 은행마다 업무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결국 고객 확보를 위해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게 된 거죠. 그래서 현재는 국내 은행의 외환송금 수수료 수준이 외국계 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고요.

세미나 발표가 끝난 뒤 자유롭게 진행된 토론 내용이 그래서 더 현실적인 해결 방안처럼 여겨졌습니다. 은행의 투자은행(IB) 업무 강화가 그것입니다. 은행의 일반 자산과 IB 자산의 총자산수익률(ROA)을 비교해보면 IB 자산이 더 높습니다. IB 역량을 키우면 은행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죠. 물론 환경이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은행의 해외 IB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외화자산을 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우영웅 신한은행 IB본부장)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외화자산의 안정성을 확보해 장기 투자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었죠. “은행별로 제각각 연구개발하고 있는 자동화기기 생체인식 방법을 표준화된 인증방식으로 통일하면 은행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김종현 국민은행 상무)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수수료 수입 확대보다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방안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시간과 고민, 갈등을 수반하더라도 쉬운 변화보다는 어려운 변화가 좀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세미나였습니다.(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6.2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