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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별관 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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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금융부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수출입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관 앞에서 고사(告祀)를 지냈습니다. 은행이 이날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귀향버스가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비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연이어 수은에 닥친 액운(?)을 막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뉴엘 사기대출, 경남기업 부당대출, 성동조선해양 부실관리 등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은행이 똑바로 경영을 하면 될 일인데 웬 고사냐고요? 이는 수은이 지난해 지어 올린 별관과 관련 있습니다. 수은은 작년에 본점 건물 주차장 부지에 별관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수은 OB들 사이에선 반대가 있었습니다. 별관 위치가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별관이 지어진 뒤 수은에는 좋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 것이죠.

수은뿐 아니라 은행권에는 풍수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잘나가는 이유에 대해 본점이 자리잡은 서울 중구 태평로2가 120번지가 조선시대 때 동전을 만들던 주전소 자리였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글로벌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SC 본점 자리인 서울 종로구 공평동 100번지가 조선시대 사법관청이던 의금부 자리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수은이 답답한 마음에 고사까지 지낸 것이겠지만 고사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신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하반기 경영에 매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끝) /lack0419@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