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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조업 경쟁력의 비밀은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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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박동휘 금융부 기자) 화웨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IT 업체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리처드 위 화웨이 대표는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며 공언하는 등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습니다.

흔히 중국의 제품들은 ‘짝퉁’으로 치부됩니다. 모양과 기능을 비슷하게 만들어 놓고 싸게 판매하는 저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공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습니다. 화웨이가 ‘2015 베를린 가전 전시회 (IFA 2015)’에서 처음 공개한 ‘메이트S’는 디자인 면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외신들은 화웨이가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영감을 받아 독특한 기능의 스마트폰을 내놨다는 분석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화웨이의 디자인 총괄 임원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삼성전자 미국 연구소 출신이라고 합니다. 중국에 수입할만한 유망 기업들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는 A사 대표는 “샤오미의 수석 PM(프로젝트 매니저) 들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며 “중국의 24개 휴대폰 제조업체에서 중간 관리자급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제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면서 호시탐탐 한국의 인력들을 데려갔습니다. 2000년 초반까지만해도 주로 제조업 엔지니어들이 많이 건너갔다고 합니다. 금융위기 전후로는 개발자들이 스카우터들의 주요 타깃이었습니다. 심천의 휴대폰 짝퉁 전문회사들이 이제부턴 진짜 휴대폰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해갔습니다.

자녀 학교는 물론이고, 부모님까지 모실 수 있도록 5~6개의 방이 딸린 대형 아파트까지 제공했다는 군요. 게중엔 망하는 기업들도 있어서 중국으로 건너간 개발자들 중엔 여권을 압수당하기도 하고, 고령의 부모님을 모신 채 방 2칸짜리 아파트에서 겨우 버티는 일도 여럿 발생했다고 합니다.

최근엔 화웨이처럼 디자인과 관련한 창의적 인재들이 중국 업체들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기능적인 차원에선 휴대폰을 만드는 메뉴얼이 워낙 잘 돼 있어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기술 격차가 사라졌다는 게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한국의 제조업이 오늘날처럼 성장한 배경의 이면엔 소니 등 일본의 퇴직한 고문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한국의 제조업체에 고스란히 전수해 줬습니다. 지금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과거 일본과 한국의 관계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속도와 폭이 빠르고 넓습니다.

중국이 창의성이란 측면에서도 한국 제조업을 따라잡을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