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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확인된 옐런 의장의 '필립스 곡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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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재닛 옐런 의장의 필립스 곡선에 대한 믿음이 과연 기준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17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동결과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완전고용을 뜻하는 자연실업률 목표를 낮추면서 또 옐런 의장의 필립스 곡선이론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됐다.

필립스 곡선은 영국의 경제학자지인 윌리엄 필립스가 1958년 발표한 이론으로 실업률과 임금상승률간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경제분석 모델이다. 즉 경제가 회복되면서 고용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떨어지면 고용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임금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것. 임금이 오르면 생산비용이 높아져 기업이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서 물가도 상승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통화주의자이자 시카고 학파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단기적으로 필립스 곡선이 유효하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달 실업률이 5.1%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했지만 인플레이션율은 옐런 의장이 물가지표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지난 7월에 전년동월대비 1.2%에 그쳤고, 4분기에도 1.4%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고용시장의 추가 개선이 인플레이션율을 목표치인 2%로 밀어올릴 것으로 확신한다”며 필립스 곡선 이론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실업률이 Fed의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인플레이션율 역시 목표치 2%를 한참 밑도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3년 전인 2012년에도 Fed는 올해 기준금리가 연 1%는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1년 뒤에 0.75%로 낮췄고, 지금은 다시 0.4%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WSJ는 Fed가 이에 대해 유가하락과 강달러라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2007년 말 이후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연평균 1.5% 정도에 그친 점을 들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FOMC가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자연실업률을 밑도는 4.8%로 낮춰잡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옐런 의장이 저인플레이션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완전고용에 해당하는 실업률 목표를 낮춰, 즉 고용수준을 더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목표를 맞추겠다는 정책방향을 설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에 장기 실업률 전망치를 5%에서 4.9%로 낮춘데 이어 향후 3년간 실업률을 그보다 더 낮은 4.8%로 하향조정해 고용시장이 더 달아오르게 함으로써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일자리 자체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얼마나 뒷받침되는지도 변수여서 FOMC가 금리인상에 확신을 갖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옐런 비판론자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10%에서 5%까지 떨어졌지만 임금상승률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실패했다며 비관론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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