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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뉴욕팰리스호텔 인수의 숨은 조력자, 수출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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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뉴욕=이심기 특파원)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빌딩에 처음으로 한국 기업의 브랜드가 걸렸다. 롯데호텔이 16일(현지시간) 공식 인수를 확정한 뉴욕팰리스 호텔을 ‘롯데뉴욕팰리스’로 교체하는 현판식을 갖고 영업에 들어간 것이다.

롯데의 뉴욕팰리스 호텔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큰 꿈이 실현됐다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한국 기업의 첫 호텔업계 진출로 화제를 모았지만 업계에서는 계약 조건과 진행과정에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인수계약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는 점이다. 올해 초 롯데가 맨해튼의 초대형 호텔 인수에 나선다는 루머가 돌았을 때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월가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롯데는 알짜 기업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도 보수적인 기업 문화탓에 가격을 낮게 부르거나 시간을 끌면서 실사만 한 뒤 정작 본입찰에는 빠지는 행태를 보여 M&A(인수합병) 업계에서는 기피대상이었다”며 “이번에도 찔러만 보고 빠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롯데는 인수대상 물색에 나선 뒤 불과 3개월여만에 뉴욕팰리스호텔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하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계약의 또 다른 특징은 호텔지분 100%를 인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맨해튼 부동산 투자의 경우 지분을 최대 49%까지만 사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지분이 50% 미만일 경우 최대 지분을 가진 1대 주주라고 하더라도 건물을 되팔 때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롯데 측은 이에 대해 “팰리스호텔 인수 목적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투자가 아니다”며 “롯데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말했다. 지분 분산보다는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해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수와 관련, 눈에 보이지 않는 의외의 사실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주대출기관으로 참여한 것이다. 롯데는 8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인수대금중 절반이 약간 넘는 4억5000만달러를 직접 부담했다. 대신 나머지 4억달러중 3억달러를 수출입은행이, 1억달러를 일본 미즈호 은행이 인수금융으로 제공한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말 그대로 수출입과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에 필요한 금융을 공여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대외경제협력을 촉진함을 목적으로 한 국책금융기관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출은 일반 상업대출이 아닌 서비스 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특별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출조건도 국제금융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런던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에 약 2.0%의 가산금리를 올린 수준에서 결정됐다. 대출기간도 10년으로 일반 상업은행은 제공할 수 없는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인수자금의 35%를 맡음으로써 자칫 일본계 은행이 싹쓸이 할 수 있는 이번 대출 경쟁에서 그나마 한국이 체면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미즈호 등 일본계 은행들은 제로수준의 조달금리를 앞세워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국계 은행보다 연리 1%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 공격’을 해오고 있다. 롯데도 지난 6월에도 미즈호 은행을 통해 연 2.03%의 금리조건으로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확보 창구로 일본은행을 활용하고 있다. 만약 롯데가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일본은행의 자금만 끌어썼다면 가뜩이나 국적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더욱 곤혹스런 처지가 될 수 있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롯데가 이번에 새로 뉴욕팰리스 호텔을 인수하면서 땅주인과 맺은 계약기간은 50년이다. 적어도 50년간은 맨해튼에 롯데 브랜드가 각인된 랜드마크 빌딩을 갖게 된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존재하는 한 롯데뉴욕팰리스도 이름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롯데뉴욕팰리스를 기반으로 유통과 제과도 해외사업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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