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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링거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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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지난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공식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함영주 초대 행장(59). 피부는 푸석했지만 표정은 밝았습니다. 뒤늦은 축하 인사에 연신 허리를 굽히면서도 “앞으로 3개월은 언론에 노출되기 보다 안 살림을 챙기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약간 야윈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사실 최근 업무 중간에 잠깐 시간을 내 병원에 들러 링거(수액)를 맞았다”고 쑥스럽게 답을 줬습니다. 임직원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과정이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도 반납입니다. 하루를 빼 고향인 부여에만 잠시 다녀온다고 하더라고요.

충남 부여 출신인 함 행장은 스스로 ‘시골촌놈’이라고 말합니다. 편한 인상이 금융권 수장에게서 보기 어려운 매력이라고 치켜세우자 털털하게 웃습니다. “여러모로 봐도 촌스럽죠”라면서도 “그래서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다가오면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합니다. 겸손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였습니다.

함 행장은 행원으로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올 상반기 말 자산 기준, 337조원)의 시중은행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강점 중 하나로 친화력이 꼽힙니다. 함 행장은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개인·기업영업 등을 맡았습니다. 서울은행 수지지점장,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을 거쳐 2013년부터 하나은행 충청영업본부를 총괄했죠. ‘영업 달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는 곳마다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뒀습니다. 선후배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편안한 인상과 친화력 덕분이라고들 하더라고요.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통합은행의 초대 행장 자리에 올랐지만 남은 과제를 생각하면 잠을 거의 못 잔다고 했습니다. 통합은행은 공식 출범했지만 아직도 ‘사람 과제’가 남았다고 말합니다.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보니 가급적 현장에서 임직원들을 접하고 많은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더군요.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도 모자랄 정도로 일정을 짠다고 합니다. 몸이 고될 수록 정신은 맑아진다 하는 함 행장을 보니 당분간 링거 신세를 더 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답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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