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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가장 짙은 '모래폭풍' 맞은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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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나수지 국제부 기자)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 사진입니다. 노란 필터를 씌운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9일(현지시간)인 지금까지 이틀 연속 ‘모래폭풍(sandstorm)’에 뒤덮여 있습니다.

기자는 이스라엘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DLD 텔아비브’ 참석차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와 있습니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 경제중심지로 불리는 해안도시입니다. 날씨가 덥고 습하기는 하지만 연중 맑은 하늘 덕에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선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죠.

하늘이 누렇게 변한 건 지난 8일부터였습니다. 해가 떠도 화창하지 않고, 50m 앞에 있는 건물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공기가 뿌옇습니다. 자동차 유리에 붙는 모래먼지를 씻어내려면 운전 중에도 10분마다 한 번 씩은 와이퍼를 작동시켜야 할 정도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외출 금지를 권고했습니다. 임신부, 호흡기 질환자, 어린이는 특히 외출을 삼가라는 겁니다. 시야가 좋지 않아 이륙이 취소된 항공편도 있습니다. 9일 기자가 둘러본 이스라엘 시내 거리는 한산했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비교적 맑아졌지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모래폭풍은 이례적입니다. 늦여름이란 시기도, 짙은 농도도 그렇습니다. 한국에 봄철 황사가 오듯 중동 지역에도 봄철이면 모래폭풍이 붑니다. 이스라엘은 봄철에 2~3일 정도 모래폭풍의 영향을 받지만 이 정도인 적은 없었다는 게 이스라엘 현지인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이스라엘 기상청은 이번 모래폭풍이 15년 만에 가장 짙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른 중동국가들의 사정은 더 나쁩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8일 하루 동안 모래폭풍으로 레바논에서 난민여성 3명이 숨졌고 750명 이상이 호흡곤란 증세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은 시야가 좋지 않아 반정부군 거점 공격을 멈췄을 정도입니다.

세계 21개국에서 모인 기자들이 탄 버스는 콜록대는 기침소리와 목이 불편한 듯 헛기침소리로 가득합니다. 모래폭풍이 일어도 취재 일정은 소화해야 하니까요.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속설을 따라 미세먼지 제거에 좋다는 삼겹살이라도 먹어야겠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