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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모바일 결제시대 열린다…사용처 제약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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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환호하는 소비자, 모바일 쇼핑 시장 급팽창

(한경비즈니스 장진원 기자)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뭐 이리 복잡하고 어렵나.’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말이다. 공인인증서 등록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한 본인 인증, 여기에 이용 약관 체크, 개인 정보 수집 동의, 카드번호·유효기간·CVC번호·카드 비밀번호 입력, 온갖 보안 프로그램 설치 등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과정들이 반복된다. 일반 카드 결제는 뭐고 아이핀 등록은 뭐고 애플리케이션(앱) 카드 결제는 또 뭔지 외계어 같은 결제창에 아예 두 손 들고 나오는 이도 허다하다. 특히 쇼핑에 도통 재주가 없는 남성들이라면 복잡하고 어려운 결제 절차 때문에 아예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포기할 때가 많다.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만큼이나 안전한 거래 절차가 확립돼야만 한다. 하지만 온라인·모바일상의 결제 절차가 안전한 거래를 넘어 ‘거래 포기’를 불러오자 여기저기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온라인·모바일 결제의 간소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천송이 코트’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이를 지적했고 올 3월 금융위원회는 말 많던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알리페이·페이팔 등 간편결제가 이미 활성화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로 대표되는 각종 규제에 걸려 시장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로 봇물

간편결제 방식의 결제 서비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카드를 비롯한 몇몇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방식을 도입했지만 결제 한도나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본격적인 간편결제 대중화에 성공한 곳은 LG유플러스다. 2013년 말 ‘페이나우’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모바일을 통한 간편결제가 시작됐다. 페이나우는 7월 말 현재 10만 개의 가맹점을 확보했고 가입자 수도 300만 명을 넘어섰다. LG유플러스는 올해 말까지 가입자 500만 명, 매출 2600억 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페이나우가 시장에 안착하자 스마일페이(이베이코리아)·얍(YAP)·카카오페이(다음카카오) 등이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현재까지 시럽페이(SK플래닛)·네이버페이(네이버)·페이나우터치(LG유플러스)·SSG페이(신세계백화점)·페이코(NHN엔터테인먼트)·삼성페이(삼성전자) 등 6개나 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새로 출시되며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구글(LG전자)의 안드로이드페이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미국·영국 등에서 서비스 중인 애플페이는 몇몇 국내 금융사와 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한국 출시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와 유통 업체에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것은 역시 사용의 편리함 때문이다. 기존의 모바일 결제를 예로 들어보면 각종 보안 프로그램 및 액티브X 설치, 결제 때마다 카드 번호 입력 등 복작한 절차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에 비해 간편결제는 미리 등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지 불 보듯 빤한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간편결제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8월 3일 발표한 ‘2015년 6월 소매 판매 및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한 4조4430억 원으로 나타났다. 3년 4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이자 6월 한 달 금액으로도 역대 최대치다.

간편결제 방식이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사실은 모바일 쇼핑 거래액으로 증명된다. 지난 6월 전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조9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8% 늘어났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44.6%로 과반에 육박한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편리한 결제 시스템의 등장이 소비자들을 다시 모바일 결제로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모바일 결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용성’에서 승부 날 듯

지난 4월 디지털 광고 전문 업체인 DMC미디어가 발표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이용자의 72%가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결제의 편리성(45.7%)’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한편 같은 보고서에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개인 정보 보안에 대한 불안 때문(65.7%)’이라는 답변이 1위를 기록했다. 결제 직전 본인 인증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의 보안 장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여전히 결제 정보 유출 가능성, 해킹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분실 시 이러한 보안 문제에 취약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한슬기 애널리스트는 범용성 또한 앞으로 간편결제 시장을 확대할 핵심 요건으로 꼽았다. 이미 중국에선 알리페이나 텐페이, 미국에선 페이팔 정도만 있으면 온·오프라인 대부분의 매장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의 간편결제 서비스들은 서비스 론칭 기업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사용처에 제약이 큰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시럽페이는 11번가에서,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쇼핑에서, 스마일페이는 옥션과 G마켓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8월 2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페이의 등장은 범용성 면에서 확실히 다른 서비스들을 압도하며 주목받고 있다. 카드사의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카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간편결제 시장도 이용 가능한 가맹점을 늘리는 등 범용성을 확대하는 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끝) /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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