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치매 예방에 코코넛 오일보다 필요한 것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은정 국제부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으며 주력하고 있는 산업이 있습니다. 헬스케어 산업입니다. 수명 연장, 인구 고령화 등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섭니다. 각국도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요.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입니다. 일본은 2020년까지 헬스케어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습니다. 국민의 건강 증진과 300만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세웠답니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는 바로 치매입니다. 정상적이던 지능이 대뇌 질환 때문에 저하되는 걸 말합니다. 뇌 손상에 의한 기억력 등 인지 기능 장애 정도로 이해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일본 65세 이상 고령자 중 1명 정도가 치매 환자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많은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이 치매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데다 치매라는 표현이 모멸감과 우울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치매 대신 인지증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다양한 치매 예방 캠페인과 활동이 진행되고 있고요. 최근에는 치매를 예방하고 살도 빠진다는 이유로 코코넛 오일 열풍도 불었답니다.

하지만 치매는 조기 발견과 조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모와 같이 살면 모를까, 명절이나 기념일 등에만 만나서는 미리 알아채는 게 사실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도쿄의과대학병원 의사를 거쳐 일본 사단법인 치매 가족 모임을 이끌고 있는 스기야마 타카히로씨의 치매 조기 발견 방법이 한국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가장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은 건망증입니다. 지금 말한 상대방 이름을 잊거나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면 일단 의심을 해볼 만 합니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아져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계산이나 운전 등에서 실수가 많아지고 TV 프로그램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판단력과 추리력이 떨어져도 치매 조기 증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격이 바뀌는 것도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하네요. 사소한 일에 큰 화를 내거나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일이 그렇습니다. 외모를 꾸미거나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지는 등의 의욕 상실도 치매 초기 증상으로 분류됩니다.

일본에는 직장인의 퇴직 및 이직 사유의 2% 가량이 부모 등 가족의 치매 간호 때문이라고 하네요. 정확한 통계가 없다 보니 실제로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40~50대 관리직이 부모의 간호 문제 때문에 직장 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치매는 15~20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되는 만성 질환이라고 합니다. 가족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조기 발견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진행을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기억에 장애가 생겨도 희로애락 등의 감정은 장애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치매라는 단어 사용부터 주의하는 작은 배려가 필요가 이유인 듯도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