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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바이오, 상기된 이재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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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산업부 기자) 점심 때 와인 한 잔 정도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얼굴 빛이 상기돼 있었습니다.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는 말처럼 웃음도 만면에 퍼졌죠.

3일 오후에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입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옆에 있는 기자실을 나와 바람을 쐬던 중 우연히 로비에서 이 부회장이 외국인들 한 무리를 배웅하는 장면을 본 겁니다. 배웅도 참 오래 했습니다. 인사와 인삿말, 그리고 악수 한 참인가 다시 대화를 나누더니 아쉬운 듯 보내주더라구요.

알고보니 외국인들은 미국의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지오바니 카포리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그렇게 반가워할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었죠.

삼성은 지난 2010년 5월 신수종사업으로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키우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회장이 직접 사업을 수시로 챙겼죠. 그 중 가장 전망이 보이는 사업이 바이오·제약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피스를 주축으로 하는 바이오사업은 순조롭게 성장해 2020년 매출 1조8000억원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도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외국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위탁생산 주문을 받아 대량으로 만들어주는 게 사업모델입니다. 삼성전자의 생산기술을 바이오에 접목하는 것이었죠.

그러나 전자사업 등에서 기술제휴·모방 등을 통해 결국 세계 1등을 따라잡은 경험이 있는 삼성에게 세계적인 제약사들은 주문을 꺼렸습니다. 사업 초기 많은 돈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었지만 주문을 받지못해 초조했죠.

그때 처음으로 위탁생산을 맡긴 곳이 바로 BMS입니다. BMS는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이 가동되던 2013년 3월부터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습니다. 작년엔 계약 규모를 늘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이 바이오사업에 무사히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준 은인인 셈이죠. 이후 삼성은 로슈, 머크와도 계약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 사업이 계속 성장해서 많은 ‘좋은’ 고용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