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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中 주석이 열병식에서 탄 차 '훙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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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정치부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탄 퍼레이드 차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돌며 군의장대의 사열을 받을 때 탑승한 차량은 중국 국유 자동차기업인 이치(一汽)자동차의 훙치(紅旗) L5다.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전승절 행사에 국산 토종브랜드를 애용함으로서 애국심을 고취하고 중국의 발전된 기술력을 전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훙치는 중국 사람들에게는 국산차 이상의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모델명도 중국 국기인 오성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깃발’이다. 기본 모델에도 차량의 본네트와 옆면, 바퀴에도 붉은 깃발 모양의 엠블럼이 새겨져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국차’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마오쩌둥은 이치자동차가 58년부터 훙치를 생산하기 시작한 후부터 이 모델을 애용했다. 현재 브랜드명의 한자 로고는 마오쩌둥의 친필로 알려졌다. 훙치에 대한 애정은 마오쩌둥 이후 덩샤오핑, 장쩌민 등 중국 역대 지도자들까지 이어졌다. 후진타오 중국 전 국가주석도 2009년 신중국 건국 6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훙치를 탔다. 훙치는 톈안먼 앞 군대사열 때 국가 정상을 호위하는 차량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일종의 중국 정치권력의 상징이 됐다.

훙치는 출시 초기 유럽차의 디자인을 모방한 촌스러운 외관과 고급차에 못미치는 조악한 성능으로 주변국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세대를 거치면서 상당한 기술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이번에 선보인 차량도 확연히 개선된 모습이 엿보인다. 시 주석이 탑승한 L5 모델은 작년 4월 2014 베이징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모델로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천정이 열리는 컨버터블(오픈카) 형태로 개조했으며 번호판 대신 중화인민공화국 휘장도 달았다. 시 주석이 선 채로 이동하면서 연설하기 쉽도록 뒷좌석에 지지대를 설치했고 천정에는 마이크 4개를 달았다.

현지에서 팔리는 기본 모델은 배기량 6000㏄의 12기통 알루미늄 실린더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408마력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00km로 알려졌다. 실내 장식도 최고급 소재를 썼다. 문손잡이는 상감옥(象嵌玉)을 사용하고 내부 옷칠 인테리어도 취향에 따라 10가지 무늬 중 선택할 수 있다. 이치자동차에 따르면 이 모델에는 15.3 인치 LCD 계기판과 뒷좌석 8인치 터치 제어 스크린, 블루투스 휴대 전화 시스템, DVD 플레이어, 고품질 BOSE 스피커 등이 장착됐다고 한다.

놀랄만한 부분은 가격이다. L5의 가격은 현지에서 10억원이 넘는 600만 위안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으로 꼽히는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보다 비싼 셈이다. 시 주석이 탄 차량은 수작업을 거친 특수 개조 차량으로 이보다도 가격이 높다. 차 골격인 프레임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보안을 위해 특수 유리와 방탄 철판 등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특별 주문을 통해 시 주석이 탄 것과 똑같은 차량을 구매한다면 업계는 800만 위안(약 14억7000만원) 가량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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