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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그리스 파고드는 중국산 임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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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그리스에 올 상반기는 전쟁과 다를 것 없는 시기였습니다.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 하고 국제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웠죠. 이 과정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불거졌고, 글로벌 경제도 한껏 소용돌이쳤습니다.

지난달 말 가까스로 채권단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공식 승인하면서 ‘그리스 사태’는 잦아들었습니다. 물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사임으로 이달 말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일단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 대립 과정에서 망가진 경제 재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한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임플란트 시장입니다. 자본통제까지 실시할 정도의 재정 위기 속에서도 인구 노령화 등으로 인해 3년간 매년 성장세를 나타냈습니다.

임플란트 시장은 크게 골반, 무릎, 어깨, 팔꿈치 임플란트와 척추 임플란트 그리고 치아 치료 등 뼈 접목 임플란트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이 중 골반, 무릎, 어깨, 팔꿈치 부분이 전체의 55%, 척추가 35%, 뼈 접목이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그리스는 자국 내 임플란트 기기나 부품을 제조할 시설이 없어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임플란트 수입액은 약 800만유로(약 106억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늘었습니다. 지난해 수입액은 약 2760만달러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고, 2013년에도 약 2750만달러로 28% 증가했습니다.

그리스는 주로 독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임플란트를 수입해왔습니다. 독일산 임플란트 수입액이 전체의 14% 정도를 차지해왔죠.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올 들어서 중국과 대만산 임플란트의 수입액이 껑충 뛴 겁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중국에서 생산된 임플란트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7.7% 늘었습니다. 대만에서 생산된 임플란트는 180.3% 급증했고요.

KOTRA 아테네 무역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심화하면서 가격이 싼 임플란트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중국과 대만산 임플란트 수입액이 급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직 그리스의 자본통제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임프란트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속해 자본통제 완화 우선 순위에 꼽히고 있습니다. 수입업자의 수출대금 송금이 자유롭게 풀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생각해보면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그리스 내 임플란트 수입관세는 0%입니다. 유럽의 경쟁국보다 한국 기업의 진출장벽이 높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제 재건에 힘쓰고 있는 그리스의 임플란트 시장을 한국 기업의 또 다른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