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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검소해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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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행사는 언제나 떠들썩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새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뉴욕 런던 등에서 수천명을 초청해 언팩 행사를 하고, 냉장고 세탁기 등 새로운 생활가전 제품이 출시되면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면서 지역별로 기자와 딜러들을 불러 크게 행사를 벌여왔습니다.

삼성전자가 31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연 행사는 지난 몇 년간의 이같은 행사와는 판이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최초로 드럼세탁기 도어에 작은 창문인 ‘애드윈도우’를 적용해 간편하게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드럼세탁기 삼성 ‘버블샷 애드워시’를 선보였습니다.

통상 국내 출시행사를 할 때 신라호텔이나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초사옥 5층 강당을 통 채로 빌려 수십대의 제품을 전시하고, 톱모델을 써서 홍보해왔지만 이날은 3층 기자실 옆의 조그만 브리핑룸에서 제품 한 대를 놓고 보여주는 게 전부였습니다. 모델도 딱 2명이 나와 사진 기자들 앞에서 어색한 포즈를 취했습니다. 브리핑은 사업부 사람 몇 명이 TV 화면을 통해 했습니다. 커다란 극장식 프레젠테이션(PT)과 사장들의 질의 응답이 이뤄지던 과거와는 달랐습니다. 물론 “상품성을 약간 개선한 세탁기 한 대의 출시행사였다”라곤 하지만, 정말 그 이상으로 ‘검소한’ 행사였습니다.

이같은 근검절약 분위기는 삼성전자내 불고 있는 ‘비용절감’ 바람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작년 실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뒤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이는 더욱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내부 판단에서 입니다. 10년째 1위를 노리는 TV사업도 글로벌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썩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의료기기 등 신규사업은 아직 계획만큼 성장하질 못하고 있습니다. 비용 절감밖에 당분간 별다른 처방이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 미국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이재용 부회장이 수익성 지표 등을 중요하게 챙기면서 이런 분위기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회사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올해만해도 상반기에만 9조8000억원 등 연간 2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가 ‘독하게’ 근검절약에 나서다보니, 전반적인 재계 분위기도 이를 따라갑니다. 또 회사내 분위기가 ‘아끼자’이다 보니 삼성맨들의 회식도 많이 줄고, 회식을 한다해도 ‘부어라, 마시자’ 분위기는 전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서초동 삼성타운이나 수원 디지털시티 주변 상가엔 불황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더욱 예산이 감축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삼성발 내수 불황’까지 얘기하던데요. 삼성이 예전처럼 돈을 많이 벌어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