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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13조원 더 지어야 하는 '래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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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래미안’ 브랜드로 전국에 수주해놓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공사 물량이 13조원에 이릅니다. 입주한 래미안 아파트도 24만여가구에 달하고요.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매각한다고 하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조합원이나, 계약자나 입주자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최근 만난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래미안으로 대표되는 주택사업부문 매각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다음달 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을 앞둔 가운데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또 다시 흘러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삼성그룹 안팎에서 한 차례 퍼졌던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 소문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잠잠해졌다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사자인 삼성물산은 주택사업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최근 1074가구 규모의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인근의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참여를 공식 선언하고 조합원 홍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뜬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정비사업소의 부장급 직원은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은 홍보비 등 각종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올라간다”면서 “주택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이 됐다면 수주전에 참여할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차장급 실무직원도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매각하면 누가 삼성물산에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주겠나”며 “만약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삼성물산 주택사업 부문이 매각된다면 관련된 계약도 무효가 되고 조합원들이 삼성측에 대규모 피해보상 소송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 수주전 참여 자체가 더 이상 매각은 없다는 선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주택사업 분야 매출은 2조4000억원으로 전체 건설부문 매출(14조8000억원)의 16% 가량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이는 삼성물산이 수주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일반분양을 서두르지 않고, 정비사업 이외에 시행사가 발주한 공사를 맡는 도급사업을 전혀하지 않는 등 주택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올해 하반기의 경우 삼성물산은 다음달 서초 우성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를 시작으로 서울에서만 8곳 1만994가구(일반 3091가구)를 공급한다. 개포동과 일원동 등 강남권에는 삼성물산이 일찌감치 시공권을 확보해놓은 단지가 수두룩하다. 이들 단지 상당수가 내년부터 일반분양에 나선다.

경쟁사들은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10대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한국의 아파트 브랜드 싸움은 독보적인 1등인 ‘래미안’에 이어 2등 자리를 놓고 ‘자이’(GS건설)와 ‘힐스테이트’(현대건설), ‘e편한세상’(대림산업)이 경쟁을 펼쳐왔다”며 “1등이 철수하면 1위에 도전해볼 수 있으니 삼성물산을 제외하고는 다들 좋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끝) /kph21c@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