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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매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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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매춘은 특별한 조건에서 번성하게 된다. 빈부차가 격심하거나 여행자가 밀집하거나 경제개발이 진행중이어서 허튼 돈들, 즉 졸부들이 늘어나게 되면 매춘은 독버섯처럼 퍼져나간다.

옛 로마에서 매춘이 번성했던 것은 성직자들 다시말해 독신이 많았던데다 세계의 순례자들이 로마의 고속도로를 따라 거대한 이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의 무리를 따라 창녀들이 대이동을 시작하는 것은 필연의 법칙같은 것이다. 로마의 매춘은 세계의 매춘사를 집약하고 있거니와 오늘날에도 이들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일본이나 그리스 등에서 보듯이 대부분 사원의 주변은 매춘굴이었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사원 근처 매춘굴에서 사랑을 베풀고 가난한 자에게 보시를 하고 몸을 깨끗이 했다. 사원의 매춘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시 거론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70, 80년대를 통해 수면하로 잠수했던 유럽의 매춘은 90년대 들어 화려한 재생의 시간을 맞고 있다. 필자는 90년대 들면서 매춘업이 화려한 재기를 하는 것은 주로 동유럽 국가들의 몰락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는 것은 매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체코 등 동유럽 여인들이 서방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매춘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쏟아져 나오지 않더라도 동유럽에서 사업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거대한 비즈니스맨들의 이동이 이들 지역에 매춘을 부추겼을 것이다.

달러의 위력이라는 것은 개도국에서는 가히 절대적이다. 1백달러 지폐를 흔들면 미모의 젊은 여인들이 줄을 선다는 것이 어제의 얘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쿠바등 무수한 개도국에서 달러를 얻기 위해 젊은 여인들은 긴 줄을 서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조국 러시아의 몰락은 그것대로 성의 역사에서 한페이지를 기록할만한 러시현상을 만들어냈다. 러시아가 서방에 문을 연 초창기에 합작으로 설립된 최초 기업중 하나는 「여인이 있는 술집」이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러시아 여인들은 달러를 벌기 위해 백설같은 피부와 분홍빛 젖무덤을 팔고 있다.

어떻든 동유럽의 미인들이 서유럽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유럽은 매춘사업의 번창기를 구가하게 됐다. 그러니 다시 매춘 합법화 논쟁이 시작되는 것은 당연하다. 매춘 합법화 논쟁이 뜨거운 나라는 역시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후진국들이요, 관광객들이 들끓는 지역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만일 이들 나라가 후진국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빈부의 격차가 심각한 나라일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자연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다. 스웨덴은 세계적인 성개방 국가지만 매춘만큼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 같은 예외가 있는데 이는 식민지에서 역류해온 가난한 민중들이 창녀 공급원을 이루기 때문이다. 아시아로 오면 태국이며 기타 관광국들마다 매춘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는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모두가 빈부의 격차가 빚어내는 인간 상품화의 한 단면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