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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 '들키지 않고 훔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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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역사읽기) 내가 지켜보는 것을 들키지 않으면서 상대의 일거수일투족, 은밀한 행위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것. 이 같은 완벽한 ‘훔쳐보기’는 모든 권력자들이 꿈 꾼 이상이었다. 소설가 조지 오웰이 그린 디스토피아 미래상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바로 모든 사람의 일상을 꿰뚫고 감시하는 존재인 ‘빅브라더’다.

역사상 존재했던 각종 절대 권력들도 이런 저런 행정수단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길 꿈꿨다. 때로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도 하면서 일부는 ‘빅브라더’에 근접하기도 했다. 물론 ‘미들 브라더’나 ‘스몰 브라더’에서 멈추거나 국민(신민)들의 저항으로 실패의 쓴맛을 본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 같은 ‘훔쳐보기’가 인간에 내재된 본능이라는 점을 전하는 에피소드도 수두룩하다. “주민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고상한 이념에 따라 알몸으로 말을 탄 채 마을을 돈 ‘레이디 고디바’를 훔쳐보다가 눈이 멀었다는 ‘피핑톰(peeping Tom)’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야릇한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얼핏 인권의 수호자였을 법한 빼어난 사상가 중 한명이 “완벽한 과학적 감시”를 이상향으로 꿈꿨다는 점이다. 과학과 이성으로 대변되는 근대세계를 맞이해 이 같은 꿈을 실현에 옮기고자 하는 ‘과학적 시도’가 시대의 대표적인 철학자의 머릿속에서 잉태된 것이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1791년 원형감옥 ‘판옵티콘(panopticon)’을 지을 것을 제안한다. 감옥의 이름처럼 “모든 것을 다본다”는 개념의 이 시설은 ‘죄수를 교화하기 위한’목적에 따라 간수가 들키지 않고 한눈에 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판옵티콘 바깥에 원주를 따라서 죄수를 가두는 방이 있고, 중앙에는 죄수를 감시하기 위한 원형공간을 배치했다.(이 같은 구조는 베르사유 궁전 안에 있던 루이14세의 원형 동물원 시설에서 착상했다고 미셸 푸코는 추론했다.) 감방이 모두 안쪽을 향한 채 중앙의 높은 건물은 관리라는 행정적 기능, 감시라는 치안유지적 기능, 단속과 검사라는 경제적인 기능, 복종과 노동의 장려라는 종교적인 기능을 두루두루 갖는 18세기 후반의 정치적 유토피아를 표방한 건물형식이기도 했다.

단지 감방의 위치 뿐 아니라 방의 조명 밝기를 통해서도 감시의 정도에 차이를 뒀다. 죄수의 방은 항상 밝게 유지되고 중앙의 감시공간은 항상 어둡게 유지토록 했다. 중앙의 감시공간에 있는 간수는 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포착할 수 있는 반면, 죄수는 자신이 간수에게 감시받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없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영국의 보수주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이 같은 판옵티콘의 구조에 대해 “이 집에 주인이 있다면 거미줄의 거미와 같을 것”이라고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이 같은 감시체제의 핵심은 감시받는 자가 감시를 내면화해 자기감시를 하도록 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삼은 점이다. 즉 판옵티콘에 수용된 죄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간수의 시선 때문에 규율을 벗어난 행동을 못하다가 점진적으로 이 규율을 ‘내면화’해서 “언제나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신을 규제토록 한다는 게 벤담의 고려였다.

한마디로 이 시설은 건축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나 죄수는 간수를 볼 수 없는 채 항상 보이기만 하고, 간수는 보이지 않은 채 항상 모든 죄수를 감시할 수 있는 ‘시선의 비대칭성’을 핵심구조로 삼고 있었다.

그렇다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란 명제로 널리 알려진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이 이 같은 완벽한 ‘감시 시스템’을 꿈꾼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학자 게르투르드 힘멜파브는 벤담이 30년간 판옵티콘 개념에 집착한 이유로 “그의 공리주의 사상이 연장돼 투사된 것이 판옵티콘”이라고 지적한다. 힘멜파브에 따르면 벤담은 사회 다수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죄수들을 ‘영원한 고독’의 상태로 24시간 감시하고, 이들에게 감자만 먹인 채로 강제 노동을 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판옵티콘을 구상했다. 즉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권리를 억누르고 희생하는 방식을 벤담은 택했고, 그것의 시각적 현실적 구조물이 판옵티콘이라는 설명인 것이다.

주요 워터파크 여성 탈의실에서 몰래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상에 공개했던 ‘워터파크 몰카’의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이다. 동영상을 촬영한 20대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돈을 벌기위해 휴대폰 케이스에 달린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몰래 훔쳐보기’로 망신을 당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된 잡범의 말로를 보면서 문득 ‘들키지 않고 과학적으로 훔쳐보기’를 꿈꿨던 대 사상가가 떠올랐다. 그 둘은 과연 얼마나 다른 것일까.(끝)

***참고한 책***

홍성욱,『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책세상 2002

미셸 푸코,『감시와 처벌-감옥의 역사』,오생근 옮김,나남출판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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