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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폭락에 침묵하는 中 국영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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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언론

(뉴욕=이심기 특파원) 중국 언론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고 있는 상하이 증시 폭락 기사를 얼마나 비중있게 다룰까요.

중국공산당 기관지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일간지인 인민일보는 25일자 1면에 중국 증시에 대해 단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사진 참조). 전날인 24일 상하이 증시는 8.49% 폭락하며 2007년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마이너스로 추락해습니다.

이날 인민일보의 1면은 중국 서부의 티벳지역 경제개발에 관한 기사가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장식했습니다. 증시 관련 기사가 1면에만 빠진 게 아닙니다. 24면 전 지면에 증시에 대한 기사는 단 1단짜리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의 관영통신사인 신화사는 어떨까요? 이날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첫 화면은 시진핑 주석이 1998년 티벳을 방문했을 당시를 설명하는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지난 24일 저녁 7시 중국 중앙TV뉴스 역시 증시폭락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상하이 증시가 3700선을 돌파, 한 달만에 800포인트가 넘으며 지수 4500선까지 치솟았던 당시에는 달랐습니다. 인민일보는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를 권장하는 기사를 내보낸 대표적인 신문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는 중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최근 주가폭락의 원인을 제공한 곳중 하나가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관련, 홍콩에서 중국의 미디어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의 발언을 인용, “중국 정부가 언론자유를 보다 과감하게 허용하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부가 증시안정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자체 분석했습니다.

관영언론에 대한 기사 작성금지와 함께 보도지침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중국의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6월 증시 상황에 대한 보도와 관련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한 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상하이 증시는 이달 12일 지수 5166을 정점으로 이후 가파른 추락세를 보였습니다.

이 지침을 보면 ▲시장에 대한 심층분석기사를 작성하지 말 것 ▲시장 움직임에 대한 전망 또는 평가를 하지 말 것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혼란 또는 우려를 과장하지 말 것 ▲기사에 ‘슬럼프’나 ‘충격’, ‘붕괴’ 등 투자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 등입니다.

증시 상황을 보도한 일부 언론들의 논조 역시 대조적입니다. 금융시장을 다루는 유력 일간지인 ‘증권일보’는 정부가 증시부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증시 침체가 투자자의 신뢰를 파괴하고, 이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1면에 논평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논조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여건)은 여전히 건전하지만 증시에 대한 비관적 심리가 지속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비이성적인 매도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반면 관영 신화사통신이 발행하는 일간지 ‘경제정보신문’은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가하락의 원인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이에 따른 시장 불안심리에 있으며, 중국 경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금융정책은 증시를 구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정부의 시장구제책은 금융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지, 주가부양이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번 증시폭락이 중국 정부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증시가 폭락하자 3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으로 급락하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적어도 아직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오히려 중국 정부의 해결 능력에 대한 불신감을 보이며 매도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시장중심의 개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가 폭락에 대한 보도통제는 이러한 개혁 방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시장을 여전히 관리가능하다고 믿는 중국 정부의 언론통제가 지속되는 한 중국 금융시장이 자생적인 회복력을 갖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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