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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쇼크'에 몸값 치솟는 유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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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말 그대로 패닉(공황) 상태입니다. 세계 최대 성장 엔진으로 불렸던 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 때문입니다. 주요국 증시에서 투매가 벌어지고 신흥국 통화가치는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중국 쇼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펀드매니저와 개인 투자자들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자산 가치에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단연 돋보이는 자산은 바로 유로화입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유로화 몸값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서입니다.

지난 11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유로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4.5% 이상 올랐습니다. 전 세계 주요국 증시가 폭락해 ‘블랙 먼데이’로 불렸던 지난 24일에도 유로화 가치는 2% 가까이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올 초만해도 상황이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불거지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졌고, 유로화 가치는 속절없이 떨어졌습니다.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동일해지는 패러티 가능성까지 점쳐졌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간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그렉시트 우려 등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급반전이 이뤄진 것이죠. 게다가 지난 3월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 영향으로 올 2분기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이 사그라지자 유로화 가치가 뛰고 있는 겁니다.

투자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국제유가 하락과 경제구조 개혁 성과 등이 맞물려 유럽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유로화가 안전자산 반열에 올라섰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더라고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취급돼 던 금은 오히려 최근 ‘중국 쇼크’를 거치면서 위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24일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는 게 대표적인 증거랍니다. 투자자들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금융시장에서 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차라리 금을 팔아 현금을 갖고 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유로화 몸값 상승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이뤄질 것이고, 미국 중앙은행과 ECB의 통화정책 차이로 결국 유로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통상 어떤 자산이든 가치가 오르면 긍정적인 의미로 여겨지기 마련이지만 유로화는 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유로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했거든요. 실제 올 들어 유로존 무역수지가 크게 호전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고요.

아직 유로존 경기가 완전히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 밖의 변수로 유로화 가치가 뛰고 있어서 드라기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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