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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의 이유 있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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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미리마트’ 버리고 독자 브랜드 모험…주가 1년 3개월 만에 6배 ‘껑충’

(김병화 한경 비즈니스 기자) 일본 유명 브랜드 간판을 과감히 버리고 신규 브랜드를 선보인 뒤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주인공이다.
BGF리테일의 201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8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늘었고 영업이익은 4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8.0% 불었다. BGF리테일의 주식도 2014년 5월 19일 상장 이후 상한가를 거듭하며 현재(2015년 8월 13일 기준) 23만 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3개월 만에 공모가 4만1000원보다 6배 가까이 뛴 것이다. 최근 경영권 다툼으로 도마 위에 오른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불매운동으로까지 비약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BGF리테일과 CU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로열티·경영 제약 ‘족쇄’ 벗기
BGF리테일은 ‘훼미리마트’라는 이름으로 편의점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9년 보광그룹 ‘CVS사업부’로 발족(1994년 별도 법인 설립)된 BGF리테일은 1990년 일본의 훼미리마트와 손잡고 송파구 가락동에 1호점을 개점했다. 편의점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진 BGF리테일은 2007년 검사 출신 홍석조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홍 회장 취임 3년 만에 점포 수 5000개를 달성했고 업계 최초로 전국 16개 광역단체와 260여 개 시·군 지역에 출점했다.
승승장구하던 BGF리테일은 2012년 8월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하고 독자 브랜드 ‘CU’를 새롭게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점유율 1위 기업의 갑작스러운 브랜드 변경 소식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CU의 탄생 배경을 크게 2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로열티 문제가 있었다. 프랜차이즈 계약에 따라 매출액의 0.05~0.25%를 일본 훼미리마트에 줘야 하는데 2012년 BGF리테일의 매출액이 2조9122억 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게는 15억 원, 많게는 72억 원을 로열티로 지불하게 되는 구조다. 이미 국내에서만 7300여 개의 점포를 확보하며 업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난 BGF리테일로서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독자 생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경영상 제약도 브랜드 변경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BGF리테일의 전신인 보광훼미리마트의 지분은 홍 회장이 35.02%, 일본 훼미리마트가 23.48%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2대 주주이면서 라이선스 계약까지 체결돼 있다 보니 허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논의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면서 “특히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한 일본 훼미리마트의 존재는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의 ‘훼미리마트’ 간판 갈기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BGF리테일은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14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전국 7700여 점포(2012년 기준)의 모든 영업 표지 및 시스템을 국내화하는 대규모 작업에 착수했다.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브랜드 변경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을 모두 본사가 부담했다. 2012년 8월부터 3개월간 전국 모든 가맹점의 간판 및 인테리어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며 BGF리테일이 투입한 비용은 약 500억 원에 달한다. 당시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CU로의 브랜드 전환은 단순한 간판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한국형 편의점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개념이었다”며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편의점 모델을 통해 가맹점주에게는 점포 운영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고 쾌적하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CU는 기존 훼미리마트와 무엇을 차별화했을까. CU는 ‘CVS for U, 당신을 위한 편의점’이라는 뜻으로 고객 맞춤형 편의점을 지향한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 기업 스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김세연 수석은 “CU의 탄생은 초기 일본식 포맷에 정체돼 있는 국내 편의점 시장을 개편하고 기존 공급자 중심의 ‘편의점 1.0 시대’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편의점 2.0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점포 형태와 운영 방식이 20여 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기존 편의점 시장에 CU의 등장이 신선한 변화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2.0…상품수 줄이고 편의성 극대화
CU는 그동안 업계에 만연했던 점포 수 경쟁에서 벗어나 가맹점의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질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했다. 가맹점의 실질적인 수익을 높이는 노력이 프랜차이즈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 온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점포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조건 상품이 많아야 된다는 고정관념도 깨뜨렸다. 쾌적하고 편안한 매장 환경을 조성하고 최적의 상품 운영과 공간 효율성을 높인 신규 집기 배치로 점포 입구에서부터 시식대까지 고객들의 이용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좌식 테이블 등 휴게 공간을 대폭 확대해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BGF리테일의 판단은 적중했다. CU가 안테나숍으로 운영 중인 역삼점에서 고객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존 28대의 진열대를 18대로 줄이고 상품 가짓수(SKU)를 약 15% 정도 줄인 역삼점에 대해 응답자 중 72% 이상이 변경 전 대비 SKU가 동일하거나 증가했다고 답했다. 진열 SKU를 줄였지만 오히려 고객들이 인지한 SKU는 증가했다. 설문 결과는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역삼점은 변경 전 대비 객단가(고객 1인당의 평균 매입액)가 11.4% 늘었다.
김세연 수석은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구색을 맞춘 가운데 점포 공간이 넓고 편안해지자 단품을 2개 이상 구매하는 동반 구매 비율이 6.5% 증가했다”며 “향후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 CU의 기분 좋은 첫걸음은 국내 편의점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돋보기
이건희 처남’ 홍석조 회장…보광그룹서 벗어나

홍석조(53) 회장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 경영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3세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했다. 2005년 광주고검장을 역임하던 중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자 삼성그룹의 일가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결국 그는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2007년 BGF리테일(당시 보광훼미리마트)의 회장으로 부임했다.
홍석조 회장은 이승만 정권 시절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고 홍진기 전 장관의 셋째 아들이다. 형제는 4남 2녀. 첫째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고 둘째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넷째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다섯째는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막내는 홍나영 리움미술관 부관장이다. 이들 형제들은 BGF리테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주식 34.93%를 보유한 홍석조 회장이 최대 주주고 둘째 홍석현 회장이 7.17%, 막내 홍라영 부관장이 6.49%, 넷째 홍석준 회장이 5.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이처럼 형제들이 회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홍 씨 일가와 보광그룹의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처음 사업을 보광그룹 내에서 시작한 만큼 현재까지도 계열사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엄연히 BGF리테일은 보광그룹과 기업 경영상 관련이 없는 독립된 법인”이라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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