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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냄새'로 암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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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고 나면 온 몸에서 삼겹살 냄새가 나는 것 같죠. 이런 몸에서 나는 냄새에 조금은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질병이나 몸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를 냄새를 통해 미리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후각연구소는 “모든 질병은 각각의 냄새를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설명을 들어보면 전혀 황당한 주장은 아닌 듯 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중세 시대 유럽을 휩쓴 대재앙 흑사병을 두고 “부드러운 사과가 썩은 냄새가 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일본 메이지 시대에는 체취에서 실제 질병을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후각연구소는 물질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것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땀이나 소변, 날숨 등에 섞여서 체취가 된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아프면 체내에서 합성되는 물질이나 화학 반응이 건강할 때와는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고요.

흔히 당뇨병에 걸리면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하죠. 당뇨병 초기에는 소변이나 몸에서 실제로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 당뇨병이 진행되면 새콤달콤한 냄새로 바뀝니다. 당이 잘 대사되지 않으면 설탕 대신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됩니다. 이 결과 체내에서 산성물질이 케톤체가 증가하는 것이죠. 이것이 혈액과 함께 전신을 돌면서 땀 등과 어우러져 새콤달콤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다이어트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당질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케톤체 증가로 새콤달콤한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메이플시럽요증이라는 질병이 대표적입니다. 아미노산 대사 이상 중 하나로 심하면 지능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유아 질병의 일종입니다. 아기의 소변이나 몸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의 경우 부모가 냄새를 통해 알아챌 수 있는 질병이랍니다.

꼭 좋은 냄새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트리메틸아민뇨증입니다. 생선악취증후군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내분비 관련 희귀 질병입니다. 페놀케톤뇨증도 비슷합니다. 특정 효소가 결핍돼 있는 희귀 질병인데,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아기에 나타나는 질병이기 때문에 체취에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발견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답니다.

암에도 냄새가 있다고 합니다. 의사들이 수술을 위해 수술 부위를 열었을 때 암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 암 종류에 따라 유황 냄새, 화학 조미료 냄새, 신록 냄새까지 난다고 합니다.

냄새를 진료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른바 암 탐지견이 그것입니다. 사람에 비해 개는 냄새를 맡는 후각 세포가 훨씬 많습니다.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는 개를 암 탐지견으로 교육시켜 활용하려는 시도입니다.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말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성능 좋은 의학 장비가 충분하고, 다양한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냄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라는 것이 아니라 몸의 작은 변화에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혹시 모를 큰 고생을 덜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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