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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란된 미국 중앙은행의 정보관리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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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19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증시와 채권·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미 중앙은행(Fed)이 예정보다 일찍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대혼란에 빠졌다. 이날 공개된 FOMC 회의록은 Fed가 과연 내달 중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핵심자료여서 시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발단은 블룸버그통신이 오후 2시로 설정된 보도유예(엠바고) 지침을 깨고 약속시간보다 무려 24분이나 빠른 1시36분에 FOMC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블룸버그 대변인이 이후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기사가 출고됐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블룸버그 단말기에서 첫 보도가 뜬 후 시장은 곧바로 요동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로이터 등 다른 매체들도 곧바로 기사를 올렸다. Fed도 11분 뒤인 오후 1시47분 엠바고가 파기됐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예정보다 10분 빠른 1시50분에 FOMC 의사록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때문에 다우지수를 비롯한 시장지표들도 오후 2시 이전부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오후 1시 55분부터 수직상승하며 지수가 1만7369에서 불과 15분뒤인 2시10분 1만7497까지 128포인트나 뛰었다. (사진 참조)

문제는 Fed가 관리하는 민감한 시장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지난달에는 Fed가 올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를 연 0.35%로 예상하고 있다는 대외비 보고서가 공개됐다. Fed가 당시 6월 FOMC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실수로 5년 보존기한의 민감한 내용이 담긴 내부금리전망 보고서를 실수로 같이 홈페이지에 올린 것. FOMC 7월 회의록은 Fed가 아닌 블룸버그의 실수로 공개시점이 앞당겨지긴 했지만 과거 Fed가 민감한 시장정보를 유출한 사건을 연상시키며 재닛 옐런 의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3년 4월 Fed가 엠바고 시점보다 무려 24시간이 빠른 하루 먼저 백악관과 미 재무부 등 연방정부는 물론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 칼라힐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과 메이저 금융회사, 사모펀드에 먼저 FOMC 회의록을 이메일로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의사록을 미리 받은 곳 중에는 미 의회와 의원 보좌관은 물론 워싱턴 정가 주변의 로비스트 회사까지 포함되면서 “도대체 누가 Fed 자료를 먼저 받느냐”를 놓고 한바탕 홍역이 벌어졌다. 심지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 호주 재무부 등 해외 정부기관까지 이메일 리스트에 오르면서 미 법무부가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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