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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모니터 배치 바꾼 '위안화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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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쇼크’가 미국의 금융 중심지 월가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중국 인민은행은 기습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 상승)를 단행했습니다.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랍니다. 그 이후에도 연이어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고 있고요. 외환시장뿐 아니라 원자재시장, 채권시장, 주식시장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요동치고 있습니다.

시장만이 아닙니다. ‘위안화 쇼크’는 월가 트레이더들 일상까지 뒤바꿔 놓고 있습니다. 매일 주식과 채권 가격, 각국 통화 가치가 중국 정부와 발표와 위안화 움직임에 따라 크게 출렁이다 보니 일단 트레이딩을 위한 스크린부터 바꿨습니다. 메인 화면에 떠 있는 각종 데이터 중 위안화 환율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한 겁니다.

당연히 지금까지는 달러화 환율과 국제유가를 최상단에 배치해서 가장 먼저 확인해왔는데 말이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레이더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들도 스크린 내 데이터 배치 순서를 바꾸고 있다고 하네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위안화 환율부터 체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위안화 환율은 트레이더나 펀드매니저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움직임이 아주 작아 매일 신경을 쓰고 크게 연연할 필요가 거의 없었거든요.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인 애플의 주가 폭락을 초래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변수가 돼버린 겁니다.

기관투자가들의 회의 일정이나 하루 스케줄도 중국에서 위안화 환율이 발표되는 홍콩 현지시간 오전 9시16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들은 일분 일초에 희비가 엇갈리고 클릭 한번으로도 막대한 투자금을 날릴 수 있어 매 순간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그 강도가 더 세졌다고 하네요. 한 달 전만해도 중국 증시에 온 시선을 뺏겼는데, 잠잠해지는 듯싶더니 그리스 사태가 터졌죠. 그리스 사태가 잦아드는 것 같더니 이제는 ‘위안화 쇼크’가 이어진 겁니다.

통상 8월은 여름 휴가 기간이라 트레이더나 펀드매니저들도 조금은 여유를 갖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해는 여름 휴가는커녕 급격하게 확대된 시장 변동성 때문에 잠을 못잘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월가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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