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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매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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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롱런하고 있는 작품중에 「미스 사이공」이라는 뮤지컬이 있다. 월남 파병 병사와 몸파는 월남 여인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여인의 자살로 끝맺는 스토리다.

동두천 여인들의 냄새가 물씬나는 미스 사이공을 보면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것은 한국사람이나 월남사람들이 아니라 미국의 중산층 부인들이다. 우리식으로 보면 「미워도 다시한번」 같은 종류의 최루탄 뮤지컬. 어떻든 미국인들은 이 뮤지컬을 보면서 몹시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마 미국인만큼 도덕적인 국민들도 없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필자는 갖고 있다. 반미주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도대체 미국이 도덕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난을 퍼부을 분들이 많을테다. 그러나 제국을 이룬 나라들은 모두 그만한 도덕적 역량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제국이 망할 때가 되면 도덕적 힘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로 러시아가 제국의 절반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속좁은 민족주의를 초월한데 그 힘이 있고 누가 뭐래도 미국이 세계 1등국가로 부상한데는 노예해방과 무한의 기회평등이라는 도덕의 힘이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딴데로 흘렀다. 우리의 주제는 매춘이다. 최근들어 매춘의 합법화가 유럽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치치올리나라는 포르노 배우가 국회의원이 된 적이 있지만 확실히 유럽은 매춘이 활개를 치는 장소중에 하나다. 언제였는지도 잊었지만 필자가 마침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도중에 치치올리나가 빨간 무개차에 올라 한쪽 유방을 완전히 드러낸채 유세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서울에 돌아왔을 때 외신을 타고 그여인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소를 금치 못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매춘굴로 네덜란드의 레드스트리트를 들 수 있다. 말그대로 홍등가인 레드가는 대표적인 매음굴로 여인들이 정육점처럼 빨간 불을 켜둔 유리박스 안에 앉거나 서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육점의 진홍색 불빛이 사창가에도 켜진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창가들도 모두 빠알간 불을 켜 시선을 끌고 있지만 프랑크푸르트건 레드거리건 모두 묘한 색깔의 불을 켜 철없는 남자들의 시선을 홀리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섹스의 죄악을 「신 오브 플레시(sin of flesh)」라 하지만 플레시가 고깃덩어리를 말함에 있어서는 먹는 것과 즐기는 것의 의미가 다를 수 없다. 인간의 고깃덩어리를 파는 푸줏간이 곧 사창가라는 말도 되겠다. 개천을 끼고 있는 이 길거리엔 창녀들 역시 각국의 다종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상품의 다양함을 자랑하게 된다. 섹스숍이며 라이브 쇼를 하는 극장이며가 하나의 일관공정처럼 고객들을 유혹하는 것은 프랑크 푸르트나 다를 바가 없다.

어떻든 이 창가촌이 합법화되는 추세에 있다니 도덕군자들은 또한번 말세를 노래해야만 하게 됐다.

오늘의 신문 - 2024.05.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