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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후광 입은 中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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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시진핑 만두’로 불리는 중국의 칭펑만두가 화제입니다. 2013년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방문해 유명해지더니 급기야 상장 계획까지 발표해서랍니다. 이르면 내년 3월 상장될 예정인데, 성사되면 중국에서 만두 관련 업체로는 첫 번째 상장주가 됩니다.

칭펑만두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베이징 관광국 한국어 공식 홈페이지에도 관광 명소로 소개돼 있을 정도니까요. 1948년에 문을 연 칭펑만두는 초창기에는 그저 만두 맛이 좋은 작은 점포였습니다. 지금에야 베이징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할 ‘맛집’이 됐지만 그 땐 간판도 없는 작은 만두 가게였습니다.

정식으로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한 건 1956년부터입니다. 만두소가 다른 만두 가게에 비해 풍부하고 씹는 맛이 산뜻하다는 입 소문이 나면서 단골들이 속속 생겼습니다. 만두 종류가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가격대는 저렴한 편이었거든요. 만두와 함께 파는 볶은 간 요리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베이징의 특색을 그대로 갖춘 요리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해외까지 이름이 알려진 건 2013년 말 시 주석의 갑작스러운 방문 덕분입니다. 시 주석은 민생 행보 차원에서 칭펑만두에 들렀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고기 만두, 볶음 간 요리, 채소 볶음을 맛봤습니다. 시 주석이 쟁반에 만두를 직접 받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면서 칭펑만두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했습니다. 하루 20만명이 찾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때부터 ‘시진핑 만두’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주요 여행업체들은 여행 코스를 짜면서 칭펑만두를 포함시켜 홍보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칭펑만두는 ‘시 주석 세트 메뉴’라는 이름을 붙여 만두를 포함한 다른 메뉴를 팔고 있습니다. 한화로 3000~5000원이면 즐길 수 있습니다. 칭펑만두가 이름을 떨치자 중국 곳곳에서 가짜 칭펑만두가 나타나 불만이 속출하고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죠.

사실 중국에서 만두로만 따진다면 칭펑만두보다 유명한 만두가 있습니다. 바로 거우부리만두입니다. 중국 톈진의 유명한 먹을 거리입니다. 1960년대부터 이미 냉동시켜 해외에 팔리고 있습니다.

거우부리만두의 만두소에는 살코기, 생강, 간장, 참기름, 사골 육수 등이 들어갑니다. 국화 모양으로 얇은 피와 비리지 않은 비계, 진한 향이 특징입니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국 청나라를 47년간 쥐고 흔든 서태후가 좋아한 만두로도 유명합니다.

덧붙여 ‘시진핑 후광 효과’를 누린 음식이 만두뿐만은 아닙니다. 역시 시 주석이 민생 행보를 위해 작년 초 베이징의 전통 골목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시 주석은 골목을 걷다가 처우더우푸를 시식했습니다. 처우더우푸는 발효 두부, 삭힌 두부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중국의 서민 간식으로 두부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뒤 튀겨낸 겁니다. 퀴퀴한 냄새로 유명합니다.

시 주석이 처우더우푸를 먹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중국인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이 앞다퉈 처우더우푸를 찾았습니다. 물론 모두 처우더우푸를 먹는 데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찌됐든 자국 음식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인기를 끄는 건 부러운 일인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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