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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외로운 명작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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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문화스포츠부 기자) “이 작품이 더 이상 ‘외로운 명작’이 아니라 한국에서 인정받는 명작이 되도록 힘껏 뛰겠습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유다 역으로 출연하는 한지상이 지난 6월 첫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무슨 의미였을까요.

이 작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7일간의 이야기를 ‘배신자’ 유다의 시선으로 그립니다. 예수의 고난을 인간적인 갈등으로 묘사하고, 유다를 예수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불가피한 존재이지만 엄청난 내적 고통을 겪는 인물로 등장시키죠. ‘캣츠’ ‘오페라의 유령’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아이다’ ‘라이온킹’의 작가 팀 라이스의 젋은 시절 합작품으로, ‘겟세마네’ ‘수퍼스타’ ‘아이 돈 노우 하우 투 러브 힘’ 등의 넘버(삽입곡)로 유명합니다. 1970년 초연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 42개 도시에서 공연됐습니다.

하지만 한지상이 생각하기에 아직 한국에서 이 작품은 ‘마니아 관객’들이 더 인정해주는 작품인 듯 했습니다. ‘외로운 명작’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나왔습니다.

지난 달 28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그는 작품 흥행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송스루(Song-through)’ 작품인데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진 관객을 극장까지 끌어내는 게 아직까지는 어려워요. 한국 뮤지컬시장도 좀 더 다양한 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더 이상 외로운 작품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뮤지컬 ‘흥행공식’을 따라야만 성공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승우·김준수 등 ‘스타 배우’가 출연하고, 뮤지컬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관객을 겨냥한 ‘남남(男男)코드’ 등이 업계의 대표적 흥행공식으로 꼽힙니다.

물론 이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은저스(박은태의 지저스)’, ‘마저스(마이클리의 지저스)’, ‘재림 나이트(최재림의 ‘수퍼스타’ 앵콜 공연)’, ‘지상 클럽(한지상의 ‘수퍼스타’ 앵콜 공연)’ 등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며 마니아 관객들의 재관람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더 많은 관객이 선입견 없이 작품을 보러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최근 본 라이선스 뮤지컬들 중 상반기 최고의 작품은 바로 ‘지저스…’였습니다. 예수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 며칠이 지나도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 예수와 유다의 복잡한 심리를 극적으로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에 군더더기 없는 무대 연출까지 뮤지컬에 꼭 필요한 요소를 갖췄습니다.

설앤컴퍼니 관계자는 “이 작품은 돈을 버는 작품은 아니다”며 “몇 년 두고두고 올릴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 올해도 공연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한지상의 말대로 더 이상 ‘외로운 명작’이 아닌 ‘대중적으로도 인정받는’ 작품으로 막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은 다음달 13일까지 열립니다. (끝)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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