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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커뮤니케이션으로 본 신동빈 회장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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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대기하던 기자들 앞에서 "먼저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미안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 신 회장은 다소 난감한 처지입니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영상이 공개된 데다가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지지(?)하는 가족들 움직임도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신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 한국어로 답했는데요.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입장을 잘 피력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왜 굳이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는지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신 회장의 기자회견을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선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기업 '에스코토스' 강함수 대표는 "첫째,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을 이어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메시지는 준비된 발언이라고 판단된다. 둘째, 신 회장의 답변에는 자세한 내용은 없지만 답변구성은 나름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강함수 대표는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서툰 한국어 구사는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재생산했다. 또 포토 라인없이 기자에 둘려싸여 어수선하게 기자회견을 하는 건 나쁜 인상을 줄 수 있었다."고 진단합니다.

즉, 바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보다는 (아버지를 만나고 나서) 일정을 잡고 특정 장소에서 진행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분석인데요.

강 대표는 "가족경영의 문제점, 롯데그룹의 정체성, 지배구조의 한계 등에 대해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대로 (향후에는) 경영비전과 목표 등의 구체적인 메시지의 전달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 메시지에는 단지 한국기업으로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재계 5위 대기업에 걸맞는 책임과 열정이 드러나야 한다는 겁니다.

롯데그룹이 이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 활짝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끝) / 디지털전략부 기자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