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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에도 獨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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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그리스 사태가 잦아들고 있습니다. 국제 채권단과 갈등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까지 불거졌지만 그리스 의회가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경제 개혁안을 통과시키면서 합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그리스 사태를 거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통합과 유로화 사용의 폐해 등에 대한 이슈도 다시 불거졌습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과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유로화 사용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유로화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유로화는 독일에 어떤 혜택을 얼마나 주고 있을까요. 다른 국가들에는 어떤 불리함을 주고 있는 걸까요.

1999년 1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11개국에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도입됐습니다. 재무장관들은 회의를 열어 11개국 통화의 유로화 교환 비율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유로화 교환 비율은 각국의 실물 경제 상황과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결정됐습니다. 독일 마르크화는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1.96마르크를 내고 1유로를 받았죠.

이 얘기는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마르크화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다른 유로존 국가에 비해 재정 상황이 좋았던 독일은 실제 유로화 출범 이후 줄곧 실질 환율이 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마르크화를 썼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 제품의 가격이 비쌌겠지만, 유로화를 쓰면서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생긴 겁니다. 수출이 경제의 원동력인 독일 경제에는 당연히 호재였습니다.

ING그룹은 최근 1년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가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독일의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요.

그리스 사태를 거치면서 불안함을 느낀 글로벌 투자자들은 독일을 일종의 안전지대, 투자 도피처로 판단해 자금을 이동시켰습니다. 독일의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아마 독일이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스위스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위스 통화는 최근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투자 수요가 자꾸 몰려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치솟자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까지 개입에 나섰습니다. 스위스 기업들이 수출에 악영향을 받으면서 영업 이익이 계속 줄고 있거든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위스의 주요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3분의 1이 올해 영업 적자를 예상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기록적인 경상 흑자를 두고 유로존 국가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이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데도 유로화 체제 유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섭니다. 유로존 적자국을 위한 일종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일은 독일의 경제적 희생보다 적자국의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어 당분간 이런 갈등과 논란은 계속될 듯 하네요.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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