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 중 한 명이 유력한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이 답일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함영주 충청사업본부장(부행장) 등 ‘제3의 인물’이 통합은행장이 될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들렸습니다.
사실 제3의 인물을 내세우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게 금융권의 예상입니다. 인사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통합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행장 가운데 한 명을 통합은행장으로 선입할 경우 “대체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중량감’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로 하나카드 하나대투증권 등 다른 계열사 사장이 통합 은행장으로 영전할 가능성도 적다는 게 하나금융 안팎의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행장을 겸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계열사가 수두룩한 금융그룹을 이끌면서 행장 업무까지 해내기는 쉽지 않거든요. 게다가 회장과 행장을 함께 맡으면 그 책임 또한 배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 회장이 굳이 행장까지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적인 진단입니다.
외부 ‘낙하산’ 인사는 더 가능성이 작겠지요. 외부 인사가 온다면 하나금융이 이렇게 고생하면서까지 통합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두 은행의 강력한 반발과 후폭풍도 불 보듯 뻔합니다. 외부 출신 행장이 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김한조 행장과 김병호 행장 중 한 명이 된다는 ‘예상 답안’으로 돌아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한조 행장이 통합은행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김 회장이 통합은행장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외환은행을 다독이기 위해 ‘외환맨 맏형’인 김한조 행장을 선임했다는 얘기도 있었죠.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변했습니다. 좀처럼 노조와의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면서 김한조 행장에 대한 김 회장의 신뢰가 다소 약해진 느낌입니다. 노조와의 협상 타결 직전 주말, 김한조 행장은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집 앞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에 김 노조위원장은 김 회장과 만나 담판을 짓고 있었지요. 외환은행 노조가 외환 출신인 김한조 행장을 협상과정에서 철저히 소외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김한조 행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외환은행 노조는 20일 성명을 내고 김한조 행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까지 했습니다. “경영실패와 노사관계 파탄의 책임을 지라”는 게 이유입니다. 노조가 어떤 생각으로 김한조 행장을 이렇게 몰아세우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김한조 행장의 입지는 다소 좁아진 것 같습니다.
김 회장으로서는 하나은행 직원들의 사기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입니다. 협상 과정에서 하나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작지 않다 얘기가 나옵니다. 소외감을 느꼈다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 행장까지 외환은행 몫으로 돌아간다면 조직 안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통합은행장으로 갈까요. 김병호 행장도 약점은 있습니다. 김병호 행장의 능력은 조직 내부에서 대부분 인정합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고, 1961년생으로 다른 은행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점은 약점으로 꼽힙니다.
김병호 행장의 약점으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의 친분을 꼽기도 합니다. 김병호 행장은 김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아직도 하나금융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부’인 김 전 회장의 측근이 통합은행장이 될 경우 김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3년 후 김 회장이 연임에 나설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김 회장은 이런 것들을 고려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추측에 그칠 수도 있겠지요.
과연 통합은행장은 누가 될까요. 다음달 중순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그때까지 두 은행장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