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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통합은행장 하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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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금융부 기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갑작스럽게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이 잡은 통합 은행 출범 목표일은 오는 9월 1일. 이제 관심은 국내 최대 은행(자산 규모 기준)인 통합 ‘KEB하나은행(가칭)’의 초대 은행장에 누가 선임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 중 한 명이 유력한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이 답일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함영주 충청사업본부장(부행장) 등 ‘제3의 인물’이 통합은행장이 될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들렸습니다.

사실 제3의 인물을 내세우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게 금융권의 예상입니다. 인사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통합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행장 가운데 한 명을 통합은행장으로 선입할 경우 “대체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중량감’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로 하나카드 하나대투증권 등 다른 계열사 사장이 통합 은행장으로 영전할 가능성도 적다는 게 하나금융 안팎의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행장을 겸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계열사가 수두룩한 금융그룹을 이끌면서 행장 업무까지 해내기는 쉽지 않거든요. 게다가 회장과 행장을 함께 맡으면 그 책임 또한 배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 회장이 굳이 행장까지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적인 진단입니다.

외부 ‘낙하산’ 인사는 더 가능성이 작겠지요. 외부 인사가 온다면 하나금융이 이렇게 고생하면서까지 통합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두 은행의 강력한 반발과 후폭풍도 불 보듯 뻔합니다. 외부 출신 행장이 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김한조 행장과 김병호 행장 중 한 명이 된다는 ‘예상 답안’으로 돌아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한조 행장이 통합은행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김 회장이 통합은행장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외환은행을 다독이기 위해 ‘외환맨 맏형’인 김한조 행장을 선임했다는 얘기도 있었죠.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변했습니다. 좀처럼 노조와의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면서 김한조 행장에 대한 김 회장의 신뢰가 다소 약해진 느낌입니다. 노조와의 협상 타결 직전 주말, 김한조 행장은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집 앞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에 김 노조위원장은 김 회장과 만나 담판을 짓고 있었지요. 외환은행 노조가 외환 출신인 김한조 행장을 협상과정에서 철저히 소외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김한조 행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외환은행 노조는 20일 성명을 내고 김한조 행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까지 했습니다. “경영실패와 노사관계 파탄의 책임을 지라”는 게 이유입니다. 노조가 어떤 생각으로 김한조 행장을 이렇게 몰아세우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김한조 행장의 입지는 다소 좁아진 것 같습니다.

김 회장으로서는 하나은행 직원들의 사기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입니다. 협상 과정에서 하나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작지 않다 얘기가 나옵니다. 소외감을 느꼈다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 행장까지 외환은행 몫으로 돌아간다면 조직 안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통합은행장으로 갈까요. 김병호 행장도 약점은 있습니다. 김병호 행장의 능력은 조직 내부에서 대부분 인정합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고, 1961년생으로 다른 은행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점은 약점으로 꼽힙니다.

김병호 행장의 약점으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의 친분을 꼽기도 합니다. 김병호 행장은 김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아직도 하나금융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부’인 김 전 회장의 측근이 통합은행장이 될 경우 김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3년 후 김 회장이 연임에 나설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김 회장은 이런 것들을 고려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추측에 그칠 수도 있겠지요.

과연 통합은행장은 누가 될까요. 다음달 중순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그때까지 두 은행장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